“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사랑의 꿈”

by 도담 박용운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기차를 타러 갑니다.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에 퇴근해서 같은 저녁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치유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내가 먼저 삶의 끈을 놓아버렸습니다. 장례를 마친 후 그는 아내가 생전에 하고 싶어 했던 일을 대신해주려고 멀리 일본까지 갔습니다. 아내가 좋아했던 춤을 보러 공원에 갈 때는 아내의 옷을 코트 속에 감추어 입고 갔습니다. 그는 아내의 영혼을 향해 “당신 보고 있어?” 하고 속삭입니다. 아버지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아들이 물었지요. “어머니가 그토록 원했을 때는 왜 못 하게 하셨어요?”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을 줄 알았다.”

독일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에 등장하는 노년의 남자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나중에 하자면 미뤘던 일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그래서 영화 속의 남자처럼 임 늦어버린 시기에 애통한 마음으로 떠난 사람의 소원을 대신 이루어 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올해 유난히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많이 떠났습니다. 그분 중에는 꼭 뵙고 싶어 했던 분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영영 뵐 길이 없어진 분들을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삼킵니다. 리스트의 “사랑의 꿈” 3번에 붙여진 제목은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입니다. 더 늦기 전에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십시오. ‘남은 시간이 많을 줄 알았다’라고 회한에 찬 말을 하기 전에,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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