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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Jun 30. 2022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사랑의 꿈”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기차를 타러 갑니다.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에 퇴근해서 같은 저녁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치유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내가 먼저 삶의 끈을 놓아버렸습니다. 장례를 마친 후 그는 아내가 생전에 하고 싶어 했던 일을 대신해주려고 멀리 일본까지 갔습니다. 아내가 좋아했던 춤을 보러 공원에 갈 때는 아내의 옷을 코트 속에 감추어 입고 갔습니다. 그는 아내의 영혼을 향해 “당신 보고 있어?” 하고 속삭입니다. 아버지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아들이 물었지요. “어머니가 그토록 원했을 때는 왜 못 하게 하셨어요?”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을 줄 알았다.” 

  독일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에 등장하는 노년의 남자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나중에 하자면 미뤘던 일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그래서 영화 속의 남자처럼 임 늦어버린 시기에 애통한 마음으로 떠난 사람의 소원을 대신 이루어 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올해 유난히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많이 떠났습니다. 그분 중에는 꼭 뵙고 싶어 했던 분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영영 뵐 길이 없어진 분들을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삼킵니다. 리스트의 “사랑의 꿈” 3번에 붙여진 제목은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입니다. 더 늦기 전에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십시오. ‘남은 시간이 많을 줄 알았다’라고 회한에 찬 말을 하기 전에,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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