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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Jun 30. 2022

숲속의 하루

어차피 늘

무척이나 많은 날이 지나간다


숲 속은 시간에 맞춰 아주 천천히 변하여 간다

하루의 시작과 끝은 쳇바퀴처럼 연속되고

칠월은 높은 습도(濕度)와 뜨거운 햇살로 숨 가쁘다

하늘엔 더러 뭉게구름이 군데군데

이따금씩 빗방울도 흩날린다

여우비라 했던가 

느티나무, 산빛 나무, 난티나무, 음나무 등

숲 속 마을은 고요했다


밤이면 찾아드는 온갖 상념(想念)들이 번뇌(煩惱)로 왔다가

새벽이슬 맞으며 말끔히 사라지는

고요 속에 작은 평화가 존재하는 이곳, 

어느새 들려오던 자동차 기계음이 멎고

서넛의 사람들이 발자국 소릴 내며 산길로 사라져 간다


지루함을 달래주는 한 여름의 오후 

나는 고뇌(苦惱) 한다

깊음 속에 존재하는 사갈(蛇蝎) 같은 본성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빠져나올 것 같기에

인간들은 어쩌면 잊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모든 것이 지나가 버렸을 것이라고 단정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느낌과 시선들이

어쩌면 숲 속에 하나둘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국지성 소나기다

계곡은 순식간 물이 불어 거친 소리를 내며

쌓여있던 온갖 고뇌(苦惱)와 번뇌(煩惱)를 씻어 내리고 있다

멋지고 후련한 이 시간(時間) 

앞으로 이런 날이 다시없을 것 같아

부지런히 지금 이 순간(瞬間)을 그려 넣을 화폭(畵幅)을 찾았지만

부질없음에 마음을 가다듬고

다른 감동으로 찾아올 그날을 위해 눈을 감는다.



 똑같은 하루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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