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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Aug 25. 2022

물처럼



  사춘기를 보내며 좋아했던 가수 중에 이용복이라는 시각 장애인 가수가 있다. 그가 부른 루치오 달라의 ‘1943년 3월 4일생’이라는 칸초네 음악을 번안하여 불렀고, 또 밀바 Maria가 불렀던 ‘마음은 집시’라는 곡을 번안하여 불러 5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가끔 즐겨 듣는 음악이다. 이후로도 이용복이 부르는 번안가요들을 즐겨 들었다. 당시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악보를 쓰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조금씩 머리가 커지면서 외국 가수들과 노래들을 접하다 보니 쟁쟁한 시각 장애인 음악가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두 눈, 두 팔, 두 다리 멀쩡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왕성하게 자기 일을 하며 산다는 게 그렇게 멋있어 보였고 상대적으로 나는 지극히 초라해 보였다.

  음악을 좋아하면서 접했던 대표적인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시각 장애인 가수 3인방은 Ray Charles(레이 찰스, 1930-2004), Jose Feliciano(호세 펠리시아노, 1945~), Stevie Wonder (스티비 원더, 1950~) 이들은 시각장애를 딛고 일어서서 수많은 장애인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해 주었을 것이다. 그들이 만들고 부른 음악은 정상인들의 대열 속에서도 절대로 처지거나 낙후되지 않고 진취적이며 세계의 팬들을 아우를 정도로 명곡들을 발표하고 불렀다.


  1. Ray Charles     ▶ I can't stop loving you

  (후천적 시각장애)   ▶ Hit the road jack

                            ▶ Unchain my heart


  1. Jose Felicia-no  ▶ Once there was a love

  (선천적 시각장애)     ▶ Susie Q

                              ▶ The gypsy


  1. Stevie Wonder  ▶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후천적 시각장애)   ▶ Isn't she lovely

                             ▶ Part time lover


  물론 한국의 이용복 또한 그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음악성과 가창력을 지니고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

  “시각 장애인 한 사람이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손에 등불을 든 채 걸어오고 있습니다. 마주 오던 한 사람이 물어보았습니다. 앞을 볼 수 없는데 등불을 왜 들고 다닙니까? 시각 장애인이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제게 부딪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등불은 내가 아닌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아마 이 시각 장애인의 가슴에는 양보와 배려가 가득 쌓여 있던 것 같다. 가슴 찡한 이야기에 가슴 한편이 짜릿해 온다.


  어디 장애인이 꼭 시각 장애인만 있을까. 사실 알고 보면 나도 후천적 시각장애를 안고 살아온 사람 중 하나다. 젊어서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요즈음 사진 찍을 일이 많아지다 보니 사진에 박힌 내 얼굴에 유독 불만이 많아 언제부턴가 사진에 찍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시력을 잃은 눈과 정상적인 눈이 서로 다르게 비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결론은 짝눈이라는 것이다. 여하튼 마음에 들지 않아 사진에 찍히는 일을 되도록 줄이려고 노력한다. 여하튼 멀쩡한 눈으로 사는 사람보다는 불편한 게 진실이다.


  살아오면서 갖가지 시련과 고통이 없는 사람이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떠한 장애인이든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아서 비바람이 불어오는 날은 산만한 파도가 앞을 가로막기도 하여 금세라도 배를 삼킬 듯하지만, 그래도 한고비만 넘기면 되겠지 하는 실 날 같은 소망이 있어 산다. 우리네 사는 모습이 이렇게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고, 슬픈 날이 있는가 하면, 기쁜 날도 있다.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날도 있으며, 파도치듯 어려운 날도 있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견디지 못할 일도 없고, 참지 못 할 일도 없다.


  다른 집은 다들 적어도 나보다는 괜찮아 보이는데, 도대체 왜 나만 사는 게 이 모양인가 생각되지만 아주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집집이, 가슴 저리고 아프지 않은 사연 없는 집이 없고, 사람마다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래도 이 와중에 웃으며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함께 다 같이 힘이 되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 물을 닮을 필요가 있다 ◑*


   겸손은 자기 자신을 부족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자기의 선행을 자랑삼지 않는데서부터 시작된다.


   사람은 자기 내면을 깊이 파고들수록,

   자기 자신은 세상에 아무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선량하고 현명한 사람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점에 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모자라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항상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배우려 하며,

   결코 남을 가르치려 들지는 않는다.

   남을 가르치려 들고 남을 바로 잡아 주고자

   하는 사람은

   사실은 그 자신의 모자람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물을 닮을 필요가 있다.

   방해물이 있어도 물은 거침없이 흐른다.

   둑이 있으면 물은 흐름을 멈춘다.

   둑을 없애면 물은 다시 흘러내려간다.

   물은 둥근 그릇이나 네모난 그릇을 따지지 않는다.

   물은 여유로우며 활달하기 그지없다.

   자기 힘을 알도록 노력하라.

   힘을 알되 그것이 과소평가될까 두려워 말라.

   오히려 과장하여 생각할까 두려워하라.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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