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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Aug 26. 2022

물소리 바람소리

  세상을 살다 보면 온갖 소리에 우리는 노출되어 살고 있음을 인지한다. 어떤 소리든 만남으로 일어나고 거기에 반응하는 것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어떤 생명체든 소리와 무관하게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소리 중에 듣기 좋은 소리와 듣기 싫은 소리가 공존한다.     

  또한 소리는 계절마다 다르다. 봄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도 있고,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다. 그중에 자신이 만들어 내는 소리만큼 관심이 가는 것도 없을 것이다. 만약에 자신이 내는 소리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한다면 그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소리 중에 물소리는 정말 아름답다.

  모든 물소리가 사람을 즐겁게 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 커피 내리는 물소리만은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하지 않을까? 남는 시간을 내어 바리스타 1급 자격증 취득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가뜩이나 좋아하는 커피, 특히 커피 내리는 물소리는 직접 자신이 만들어 내는 소리라는 점에서 가히 매력적이다.


  커피는 꼭두서니과의 여러해살이 덩굴풀로 늘 푸른 떨기나무인 커피나무(Coffea arabica L)의 열매로 만든다. 커피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가 붙인 학명에서 볼 수 있듯이 ‘아라비카’가 좋은 원료이다. 아라비카의 커피가 좋은 이유는 해발 800m~2,000m의 고산지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산지대에 사는 차나무일수록 좋은 차를 만드는 것처럼, 고산지대에 사는 커피나무는 저지대에 사는 나무에 비해 열매의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라비카 커피는 고급 커피에 사용하며, 세계적으로 생산량도 많다. 반면 주로 해발 700m 이하의 저지대나 평지에서 사는 ‘로부스타’(Robusta)는 쓴맛과 카페인이 많아서 주로 인스턴트커피에 사용한다.

  나는 매일 커피를 마시지만,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구매해서 수동 기계에 커피를 갈아서 핸드드립 해서 마시는 것을 즐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커피를 갈 때와 커피를 내리는 소리가 나를 무척 즐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커피와 관련한 소리는 단순히 청각만이 아니라 시각과 후각까지 자극한다. 게다가 커피는 목으로 넘길 때의 소리도 나의 정신을 맑게 한다. 커피의 맛은 콩의 질만큼 물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커피콩을 구매하더라도, 좋은 물을 만나지 못하면 훌륭한 커피 맛을 만들 수 없다. 커피의 이 같은 특징은 아무리 좋은 찻잎도 좋은 물을 만나지 못하면 훌륭한 차를 만들 수 없는 것과 같다. 좋은 물의 기준은 모호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커피의 맛도 물맛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차와 마찬가지로 물의 온도도 물맛만큼 커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처럼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결국 한 존재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과정과 같다.     

  왜냐하면 최고의 커피 맛은 커피가 지닌 특성을 잘 드러낼 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나의 일상에 큰 즐거움을 주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커피나무를 일상에서 큰 즐거움을 주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커피나무를 일상에서 직접 만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후 온난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나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앞당길 수도 있다. 그런 날이 온다면 커피나무의 잎에 내린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커피를 만드는 아라비카 커피나무는 강수량이 아주 많아야 한다. 커피나무와 울창한 숲에서 물의 요정과 한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 그런 날은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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