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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Oct 07. 2022

비브리오 치료

Bibliotherapy





  글이 우리에게 주는 힘은 강력하다. 읽는 동안 다른 세계에 빠져들 수 있고, 책으로 인해 내가 바뀔 수 있고, 감명을 받아 마음이 움직이거나 책 밖의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책을 쓰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쓴다는 것은 단순히 카타르시스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 나를 단련하는 “마음의 훈련” 같은 것이어서, 때론 계속 이어 쓰는 게 힘들지만 결국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비브리오 치료(Bibliotherapy)는 글을 이용한 마음 치료법이라 한다. 대게 “쓰기”보다는 “읽기”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책을 통한 마음 치료라고 해도 좋겠다. 글쓰기를 이용한 치료는 따로 떼어서 ‘글쓰기 치료’(Joumal Therapy)라 부르기도 한다.


  사전적 정의를 그대로 옮기면 비브리오 치료(Bibliotherapy)란?

  “소설이나 시, 그 외 다른 기록물의 내용과 개인이 맺는 관계를 활용하는 일종의 표현 치료”이다.


  비브리오 치료력의 역사는 짧지 않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참전용사들의 심신을 달래는데 바로 이 비브리오 치료를 활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병상에 누워있는 병사들에게 유일하게 자유로운 신체 부위는 책을 쥘 수 있는 손이었기 때문이란다. 또한 병사들 역시 독서가 다친 마음을 치유해주고 힘든 기간을 견뎌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다.


  "영혼을 치유하는 곳"

  고대 그리스 테베의 도서관 입구에 위의 글이 있었다고 한다. 옛사람들이 도서관을 단순한 책을 모아둔 곳으로 생각지 않고 인간의 영혼까지 치유하는 곳으로 여겼다니 놀라움을 넘어서 경외감마저 든다.

  "비브리오 치료"는 우리말로 딱 맞게 번역하기는 어렵지만 "독서치료"라고 흔히 쓰며 독서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방면의 연구가 외국에서는 학문적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소개되는 정도이다.

비블리오 테라 피하면 테베의 도서관이 생각나고, 테베의 도서관 하면 책이 떠오른다. 책하면 인간 도서관 1호인 로마의 이쎌, 파피루스, 양피지 점토판, 죽간 등 여러 가지가 떠오르지만, 마음속에 깊이 생각하는 하이데거의 말도 떠오른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세계-나-존재"라고 말했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어떤 세계 안에 있는지에 따라 다른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 이유는 책 속의 수많은 세계를 발견하는, 아니 책을 통해서 책만큼 많은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그 세계 안에 내가 있게 된다고 말한 점이다.


  책을 통해서 우리는 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가거나 다른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책만큼 많은 나를 만들 수 있겠다는 말로도 들리는데 들뢰즈의 "책-기계"라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정복왕 알렉산더의 도서관, 전쟁의 신이라 하는 나폴레옹의 진중 문고, 진시 왕의 분서갱유 焚書坑儒, 세계 제일의 도서관인 미국 의회 도서관이다.

  미국 의회 도서관의 장서는 117,834,509권이며 관리하는 고용인만도 5,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도서관의 크기가 바로 국력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10세기가 넘어서야 대학이 출현했던 외국에 반해

  "백운화상 초록불조 직지심체요절“ 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라는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을 가지고 있고, 4세기에 대학을 만든 문화민족인 우리나라는 그 도서관의 숫자만 봐도 1만여 개로 후진국인 필리핀의 1만 5천 개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또한 국민 1인당 도서 구매비는 통계를 내놓기가 부끄러울 정도이고,

그러나 역사는 말한다. 항상 풍요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보다는 고난과 역경, 메마름 속에서 문화는 찬란히 꽃 피워 왔다고 생각된다.


  "가끔 저는 집에 쌓인 많은 책을 바라보면서 그 책들을 다 읽기 전에 죽을 것이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 책을 사고 싶은 유혹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서점에 들어가서 제 취미(예를 들어 고대 영시, 또는 고대 노르웨이 시)에 딱 맞는 책을 발견할 때마다 저는 이렇게 되뇝니다. 저 책을 살 수 없어서 얼마나 애석한가. 이미 집에 한 권 있으니••••."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


  많은 책에서 공감과 위안을 얻으며 나 자신이 치유되는 경험을 자주 한다. 그런 치유의 힘이야말로 책 읽기가 가진 큰 미덕이라고 믿고 있다.

  <비블리오 세러피>라는 책을 쓴 조셉 골드는 책 읽기도 일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독서를 제대로 하려면 생각과 에너지와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슬픔 속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표현되지 못한 느낌을 그처럼 멋지게 표현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자신의 느낌을 그처럼 멋지게 표현하는 재주를 지닌 사람은 인류의 귀중한 자산이다. 그들은 우리가 이뤄내야 하는 적응과 생존을 돕는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을 대단히 어려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소설가나 시인 같은 전문가가 우리를 도와주기를 바란다."


  그는 진정한 비블리오 세러피는 스토리가 있는 허구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경영학에 관해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써낸 톰 피터스는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면 당신 자신을 모든 종류의 책들로 둘러싸라" 고 조언한다. 그런 조언이 아니어도 가끔씩 책 읽기의 즐거움을 한껏 누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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