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진 좌판에 풀꽃 같은 여인이 두부처럼 단정히 앉아서
소심하게 한나절 보낸다, 오늘 좀 벌었냐고 묻자
두부 팔아 두부만큼만 번다고, 두부처럼 수줍게 웃는다
괜한 걸 물었나 보다 좀 미안해하면서,
나는 주변을 서성이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더 많이 벌지 않을까, 속물적 근성이 발동되어 쉽게 떠나질 못했다
여하튼 두부는 희망이다
세상에 죄지은 자들은 희망처럼 기다리는 그것이 두부이다
세상에는 들킨 죄인과 안 들킨 죄인이 가득하고
눈만 뜨면 죄짓는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끔은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이들처럼 두부를 먹으며 새 출발을 다짐해 본다
온종일 두부를 바라보면 나도 두부처럼 온유해질 수 있을까?
단정한 두부는 어릴 적 짝사랑 뒷집 누나 얼굴 같기도 하고
단단한 두부는 한 번도 자기 아픔을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아버지의 등 같기도 하고
담백한 두부는 이제는 다 주고 산책길 나선 은퇴한 목사님 같다
속살마저 하얀 두부는 세상에 없는 첫사랑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