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앞에서

by 도담 박용운


십자가 앞에서 있고 싶습니다

갈릴리 바닷가에서

손짓으로 바닷속을 환히 들여다보시던 십자가 앞에 있고 싶습니다


손을 들어 바람을 꾸짖고 바다를 잠재우던

십자가 그 능력의 아래 있고 싶습니다


손가락으로 흙을 이겨

소경의 눈에 바르시며

실로암 못으로 보내시고

그의 눈을 뜨게 하시던

십자가 안에 있고 싶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있거든

돌을 들어 이 여인을 치라하시고 그때 땅 위에 글씨를 쓰시고

그 글씨는 아직도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고

한가닥의 촛불이 되어 아직도 십자가 앞에서 타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사랑을

십자가의 용서를

마음으로 바다를 보듯

그렇게 마음으로 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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