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 박용운
겨울 비는
눈이 되지 못한 마음처럼
조용히, 묵직하게
땅속으로 스며든다
세상을 흰빛으로 덮을 힘은 없지만
그래서 더 깊이 울리고
그래서 더 길게 머문다
창가에 떨어지는 작은 물음표들,
올해를 어떻게 지냈느냐고
나직이 묻는 듯해서
잠시 말문이 막힌다
차갑지만 서늘히 따뜻한,
그 이상한 온기를 따라
나도 조금은 부드러워진다
사라지는 법을 아는 대신
스며드는 법을 아는 비
오늘의 마음도
그렇게 흘러 어디론가 숨 쉬기를
말이란 나름의 귀소본능을 가진다. 들어야 마음을 얻고,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고 했다. 말은 마음의 소리이고, 큰 말에는 힘이 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에 품격이 들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