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 박용운
오늘의 하늘은
유난히 푸르다
말 한마디 섞지 않아도
그 자체로 온기를 품은 색,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끝없이 스며드는 색
나는 그 아래에서
고개를 들고 오래 바라본다
저 끝 모서리를 가로지르는
가는 전선 두 줄,
아주 사소한 흔적처럼 보이지만
하늘이라는 거대한 종이에
누군가 그어둔 선처럼
묘하게 이야기를 시작하게 한다
적막의 배경 위에서
얇은 선 하나는
오히려 더 크게 울린다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오후,
비어 있음은 공허와는 다르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마음을 얹을 수 있고,
가만히 쉬어갈 수 있으며,
들숨과 날숨이
그저 나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 넓은 푸름을 보다가
문득 생각한다
하늘은 언제부터 이렇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게 되었을까
수없이 떠나고 사라진 것들,
스치듯 지나간 날들,
말하지 못한 후회와
말해버려 가벼워진 순간들까지
전부 품고도
여전히 같은 색으로 남아 있다
사람이란
작은 그림자 하나에도 쉽게 흔들리고
가느다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뒤척이지만,
하늘은 저 선처럼 얇은 것조차
흔들림 없이 품는다
참 이상하다
저렇게 큰 존재가
오히려 더 조용하고 단단하다니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푸른 면 위에
내 하루의 조각을 올려본다
별것 아닌 순간들,
그래도 다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들
바람이 스치면
금세 사라질 것 같지만
하늘은 오늘도 묵묵히
그 모든 것을 담아낸다
이 고요한 오후,
나는 아주 작은 점일 뿐이지만
작기 때문에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다는 걸
하늘이 가르쳐준다
가벼운 마음이 되어
다시 걸음을 옮긴다
푸른색이 나를 감싼 채
계속해서 뒤에서 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