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 박용운
시인의 방에는
의자가 먼저 앉아 있다
비워진 하루의 무게가
나무 결 사이에 남아
조용히 숨을 고른다
창가에는 미처 건너지 못한 말들이
빛을 가장한 채 쌓여 있고
커튼은 바람의 문장을
끝내 접지 못해
반쯤 열린 마음처럼 흔들린다
책상 위에는
지워진 문장들의 재가 내려
연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침묵이 가장 긴 시가 된다
밤이 오면
시인의 방은 더 작아지고
고독은 의자에 다시 앉아
이름 없는 별 하나를
종이 위에 내려놓는다
그때 비로소
방은 방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이 되어
새벽까지
천천히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