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 박용운
황혼이 내려앉은 창가,
긴 커튼 사이로 스며든 빛이
그녀의 윤곽을 조용히 감싼다
목선은 곡선처럼 부드럽고
어깨선은 단정하게 내려앉아
세월이 빚은 조각처럼 고요하다
허리를 감싸 흐르는 드레스는
검은 벨벳처럼 깊고
바닥까지 길게 떨어져
그녀의 그림자를 더 길게 늘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천이 속삭이듯 스치고,
보이지 않는 향기가
공기 속에 천천히 번진다
화려하지 않아도
과하지 않아도
그녀는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
빛과 어둠 사이,
단 하나의 선(線)으로 서 있는
아름다운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