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필 때

도담 박용운

by 도담 박용운


아직 겨울의 숨이

마당 끝에 엷게 남아 있을 때,


가장 먼저

차가운 가지 끝에서

하얗게 떨며 피어나는 이름,

매화


눈도 아닌 것이

눈보다 더 맑고,

꽃도 아닌 듯

꽃보다 더 고요하여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는데

너만 홀로 깨어

봄을 먼저 믿고 있다


바람이 스치면

향기로 먼저 오는 소식,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계절의 약속


나는 그 앞에 서서

늦은 마음을 부끄러워하고,

오래 묵은 생각 하나

조용히 내려놓는다


매화가 필 때,

세상은 비로소

아주 작은 빛으로

다시 시작된다

작가의 이전글실루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