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기 억

by 도담 박용운

하노이에는

보슬거리며 귓전을 속삭이거나

가랑가랑 두뺨 어루 만지는

연애 같은 비는 없다


내리는 비는

짧고 격렬하게

삶을 비웃기라도 하듯

거침없이 퍼붓는다


그 빗길 따라

행상 자전거 한 대

밥을 위한 물길

전사처럼 힘차고 힘겹다


조금 쉬다가면 안 되겠나

처마 밑 빗소리 들으며

밀린 외상값도

어제 다툰일도 접으면서


그래도 비 계속 오면

지나간 옛사랑

혹은 먼 기억

꺼내보면 안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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