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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uruvuru Mar 21. 2017

두 여자의 치명적인 방문

영화 <노크 노크>

낯선 사람이 초인종을 눌렀을 때, 외시경 너머로 보이는 사람이 절세 미녀라면 어떨까. 그것도 둘이라면? 치킨 배달부와 피자 배달부 모두 행복을 안고 30분 가량의 리미트를 절박하게 끊어낸다면, 방금 이야기한 절세 미녀들은 이보다 더한 황홀경을 삽시간에 선사할 수 있다. 나는 그들의 얼굴부터 발 언저리까지 누구보다 제빠르게 훑으면서 경직된 시선으로 문을 열어줄 것만 같다. 아니 사실 그 순간, 뭐에 홀린듯이 집문서를 건넬지도 모를 일이다. 나를 잡아 먹어주세요! 


일라이 로스의 영화 <노크 노크>의 시작은 단순하다. 단순한 상황이다. 세상 살면서 한 번쯤은 떠올릴 만한 상황이 하필이면 그날에 일어난다. 이 날은 아버지의 날이었다. 주인공인 데이브(키아누 리브스)는 아버지의 날이지만 가족 여행을 같이 가지 못했다. 그는 잔업이 남아 있었고, 애석하게도 아버지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여행을 함께하지 못했다. 

왼쪽부터 벨(아나 디 아르마스) 오른쪽 제네시스(로렌자 이조)

그 날, 야릇한 오밤중에 두 명의 정체 모를 여자가 찾아온다. 하필이면 절세 미녀다. 그것도 둘이나. 두 여자는 입을 모아 말한다. 제가 비에 홀딱 적었는데 집에 잠깐 들여 보내줄 수 있을까요? 사실 이들이 둘러대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간절함은 보인다. 다소 욕구 불만에 빠진 중년의 남성은 그 간절함에 처음은 거절한다. “안됩니다”. 하지만 두 번째 부탁에는 거절이고 뭐고 없다. “그럼요 어서 들어오세요”.


이 영화는 다 보고나서 허무함이 절로 나는 영화다. 결말로 갈수록 지겹다. 하지만 의도는 이와 반대로 점점 각을 잡아간다. 요는 이렇다. 낯선 사람의 방문 그리고 치명적인 유혹. 이를 대번에 차단하고 제지할 수 있느냐다. 물론 전제는 성적인 매력이 충만한 상대로부터다. 이 질문은 다소 폭력적이고 노골적이다. 과연 우리가 본능을 다스릴 수 있는지에 관해 묻는다. 만약 누구와 누구의 결혼식에서 “배우자만을 사랑할 것을 약속합니까”와 “그 어떤 섹시한 여성의 그 어떤 유혹에도 섹스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약속합니까”는 유사한 질문이지만 후자는 보다 농밀하다. 대답이 쉽지 않다. 


주인공인 데이브(키아누 리브스)는 욕구 불만이다. 아내가 그의 욕구를 일일이 들어주기엔 그녀는 육아와 일에 치여 너무 바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참고 또 참는다. 내용으로는 3주나 된 모양이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이 떠난 그날 밤. 아버지의 날. 

말그대로 아찔하다

별다를 어려움 없이 집에 들어온 두 여자는 계획을 실행한다. 둘은 난처한 상황이라 이 집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데이브를 괴롭히러 온 것이다. 다리를 베베꼬고 슬쩍 옷길을 내린다. 데이브는 침을 꿀꺽 삼킨다. 대화 내용도 점점 야해진다. 데이브는 위기가 몇 번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이성을 찾는다. 하지만 욕실로 비에 젖은 몸을 씻으러 들어간 순간, 데이브는 두 여자의 알몸과 발정적인 몸사위에 이성을 잃는다. 어어어어어 이러면 안되요!! 노!!! 이토록 격정적인 아버지 날도 없을 것이다. 


다음날 데이브는 지옥을 마주한다. 순간 이성을 잃은 그의 실수는 치명적이었다. 알고보니 그녀들은 이른바 꽃뱀이었던 것이다. 집을 죄다 어지럽히고 데이브의 지난 밤 행동을 조롱하며 잠시 집을 비운 아내에게 이 사실을 폭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며 엎드려 빈다. 

후회하는 데이브(키아누 리브스)

그녀들은 한참을 괴롭히다가 질렸는지 데이브가 저지른 행동은 죽음으로 청산해야 마땅하다는 자기 논리로 그를 엄벌하겠다고 겁을 준다. 둘은 무덤을 판다. 그리고 깊게 파인 무덤에 데이브의 얼굴만 위를 향해 두고 무덤을 메운다. 작별의 때다. 두 여자는 다소 엄숙하게 그리고 그에게 진지한 어조로 작별인사를 고한다. 데이브는 마지막 발악을 한다. “이 씨발 너희들이! 난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나를 잡아 먹었잖아 씨발 난 당한거야” 그의 빠르고 거친 말을 순화하자면 대략 이런 내용이다. 둘은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잘가요 데이브” 이러고서 그의 머리에 커다란 돌덩이를 던진다. 


돌은 그의 머리 옆으로 빗나간다. 일부러다. 데이브는 목숨을 건진다. “잘 들어요 데이브, 낯선 사람을 집에 함부로 들이지 말아요” 말하고 그녀들은 처음부터 그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며 돌연 떠난다. 나는 이 마지막 장면에서 조엘 슈마허 감독의 <폰 부스>를 떠올렸다. 두 이야기는 공통점이 있다. 제 3자로의 엄벌인 것이다. 다만 차이는 대상이 무고한가 그렇지 않은가다. <노크 노크>는 불쌍하게도 욕구 불만의 중년 남성이 대상이었다. 그는 무고해보인다. 동기없이 사건을 벌린 시점에서 <노크 노크>는 기억될 만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영화 전반으로 떠오르는 질문에 관해서는 생각해볼만 하다. 치명적인 본능에 저항할 수 있는가? 그간 쌓아왔던 모든 걸 버리고? 대부분의 남성이 그렇지 못할거라 생각한다. 세상에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란게 있다.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 경험은 짜릿하고도 무서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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