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강선 6시 55분
대학에 입학하면 0T가 시작된다.
6시 55분 지하철 이천역, 앞으로 나를 이끌 시간과 장소다. 3월에 어울리는 봄 외투에 청바지를 입었는데 이른 아침이라 공기가 생각보다 차다. 경강선 지하철 의자가 다행히도 구들장처럼 따뜻해 떨림을 잠재운다. 판교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탔다. 패브릭 시트가 벗겨진 은빛 쇠 의자 찬 기운에 슬슬 불안이 올라온다. 두 번 남은 환승이 신경 쓰이고, 현실감 없던 남산타워도 생각나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창만 보며 달렸다.
명동역 개찰구를 통과해 1번 출구를 향해 걷다 보니 앞에 두 여성이 서둘러 걷는다. 이른 주말 아침, 학생 배낭을 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덩달아 그녀들을 뒤따르며 걸음이 빨라진다. 잰걸음으로 뒤따르니 노란색 통학버스가 서 있다. 어색함에 얼른 올라타 무리에 섞여 같은 강당에 앉았다.
80명이 꽉 찬 강당. 주말반 입학 커트라인은 직전 대학 졸업학점순으로 3.99였다. 교수님들도 휴게실에서 신입생 자료를 보며 ‘우리 중에 여기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하고 웃었다 셨다. 4년 내내 A를 맞았을 우수한 학생들을 맞이해 기대된다는 축사가 이어졌다. 학교의 평가방식이 상대평가라 인생에서 처음 C, D 맞을 각오 하라며 미리 마음의 연고도 발라준다.
주말 과정 신입생의 경쟁률이 주 중반보다 높았는데 올해 이 과정의 경쟁률이 5:1이었다. 2년 가까이 주말 내내 공부만 해야 하는 과정인데도 공부하려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놀랍다. 주말 과정은 C반, D반으로 각 40명씩 2반으로 나누어져 앞으로 파고를 헤쳐가야 한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벌써 학점이 걱정된다.
숭의여대 평생교육원의 문헌정보학과 주말반은 학사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학점은행제 과정이다. 48학점을 이수하면 문헌정보학사가 인정되는 과정인데 대학교 3학년으로 편입했다 생각하니 이해가 쉬웠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주로 주말 과정 수업에 참여했다. 자기소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도 더러 있고, 공무원도 더러 있고, 사서로 재직 중인 분도 있고 직장인, 아르바이트생, 작가, 주부, 백수라고 소개한 다양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좋아하는 것과 함께하는 인생을 살고 싶어 주중에 일하면서도 주말에 학교를 다니기로 선택한 분들이니 엄청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다. 한 학기에 3학점짜리 4과목을 들어야 하니 매주 토요일 과목당 3시간씩 12시간 연속 강의로 진행되는 일정이다. 조기 졸업을 위해서는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 동안에 계절학기를 신청해 2과목씩 듣고 이렇게 다음 해 1학기까지 최소 3학기를 달려야 최단시간에 도착한다. 이렇게 강행군인데 5대 1의 경쟁을 하고 결과적으로 80명이 이런 계획표를 함께한다니 정말 대단하다.
‘이제 시작해서 얼마나 할까’란 생각도 있었지만, 결심을 굳히고 나니 깊은 겨울을 대비하려 김장을 시작하는 마음이다.
첫 수업을 하고 성실한 한국인의 기본 DNA가 발동되는 걸 느낀다. 교수님 말씀 잘 듣고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잘 적고…. 어린 학생이건 성인 학생이건 학생은 역시 교사의 칭찬에 목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