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입사한 김 대리는 항상 완벽한 정장 차림이었다. 언제나 빳빳하게 다림질 한 하얀 와이셔츠와 반듯한 이마가 훤히 보이게 넘긴 포마드 펌. 첫 단추까지 바싹 조여 맨 넥타이와 세상의 모든 빛은 다 반사해 낼 듯이 반짝이는 금테 안경. 그는 정말이지 영업맨의 표본이었다. 딱 한 가지만 뺀다면 말이다.
깔끔한 옷차림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도 그의 구두는 항상 더러웠다. 어느 정도냐 하면, 항상 젖은 모래알이 묻어 있고, 가끔은 이상한 미역줄기 같은 것들도 들러붙어 있곤 했다.
난 이따금씩 그가 아무도 없는 화장실이나 계단참에서 구두를 벗고 까치발로 선 채 구두 속의 모래를 신경질적으로 터는 것을 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난 모른척하고 자릴 피했다.
입사한 지 일 년이 지나고, 그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다들 그의 갑작스러운 퇴사 이유를 궁금해했지만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씁쓸한 웃음을 보이며 집안 사정이 생겼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그가 퇴사한 지 반년 후, 일요일 오후에 종로에서 우연히 그와 마주쳤다. 그는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나이키 운동화엔 젖은 모래와 해초 따위가 묻어 있었다. 그는 나를 먼저 알아보고는 인사하며 겸언쩍게 웃었다.
우린 좁은 골목길에 숨어 담배를 나눠 피웠고, 거기서 그는 그의 퇴사 이유를 말했다.
"제 신발들이요. 그 안에 바다가 있거든요. 언제부턴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어느 날 아침에 신발을 신으니 그 안에 물이 가득 들어있더라고요. 처음엔 젖은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파도 소리가 들렸거든요. 신발 안에서요. 쏴아, 쏴아 하고. 파도가 지나갈 때마다 모래알들이 발바닥을 간지럽히며 쓸려가는 게 느껴졌고요. 어쩔 땐 조개껍질이 발가락 사이에 끼기도 하고요."
그는 손으로 담벼락을 짚고 까치발로 서서 한쪽 신발을 벗어 내 귓가에 갖다 댔다. 쏴아-쏴아- 과연 진짜 파도 소리였다. 신발 안을 보니 투명한 에매랄드 빛 바다가 백사장을 쓰다듬으며 모래알들을 훔쳐가고 있었다. 바다였다.
"그래서 그만뒀어요. 사무실에 젖은 발로 계속 있을 순 없잖아요."
우린 마주 서서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운 후 헤어졌다. 그는 회사 사람들에게 안부 전해달란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난 왠지 그가 자신의 신발 속 바다에서 여유롭게 떠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다.
언젠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