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소설] 신은 결심했다

by 홍윤표

어느 날, 신 A는 말했다.

신 따위 그만두기로 했어.

왜?

신 B가 물었다.

신 해봤자 좋은 게 없으니까.

뭐가 안 좋아. 다들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신 A가 손사래를 쳤다.

아냐. 그건 좋아하는 게 아냐.

좋아하는 게 아니면 뭔데?

좋아한다고 믿는 거지.

믿음은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 아냐?

아니. 난 믿음 따위 좋아한다고 말 한적 없어.

그래? 믿음, 소망, 사랑. 이거 아녔어?

음, 맞긴 한데. 내가 말 한 믿음은 그런 게 아냐. 신뢰에 가까운 믿음이지.

음, 잘 모르겠는걸.

내가 말 한 믿음은 신뢰인데, 녀석들은 숭배에 가까운 믿음이야.

신을 숭배하는 게 뭐가 나빠?

나빠. 아니, 숭배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너무 맹목적이라 싫어.

어리광 부리지 마.

그런 게 아냐. 어쩔 땐 너무 맹목적이라 내가 아닌 나에 대한 믿음 그 자체를 숭배하는 거 같아.

음, 아직 잘 모르겠는데.

믿음의 대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싸우잖아.

음, 그건 그래.

그렇지? 너도 널 믿는 사람들과 날 믿는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걸 질리도록 봤잖아.

그래. 그건 나도 싫더라.

그렇지? 결국 우리 때문에 싸우는 거잖아. 그런 거 더 보기 싫어.

그래서 신 그만두게?

어. 싸움만 일으키는 이런 신 따위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

그럼 뭐가 되고 싶은데?

너나 할 거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거.

그런 게 있을까?

그래서 좀 생각해 봤는데…….

뭔데?

아기의 웃음소리.

응? 뭐?

아기의 웃음소리 말이야. 그게 되고 싶다고.

아기의 웃음소리?

그래. 아기의 웃음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

음, 그렇지. 아기의 웃음소리는 다들 좋아하지.

그렇지? 난 모두가 좋아하는 대상이 되고 싶다고. 그런 게 진정한 신 아니겠어?

일리 있네.

그렇지? 그래서 난 오늘부로 아기의 웃음소리가 되기로 결심했어.

멋지다.

너도 신 따윈 그만두고 다른 걸 찾아봐.

그래야겠다. 뭐가 좋을까? 추천 좀 해줘.

음, 내가 아기의 웃음소리랑 끝까지 고민한 게 있긴 한데.

뭔데?

세상의 모든 엄마들.

오- 좋은걸?

그렇지? 나랑 잘 어울리기도 하고.

그래. 괜찮네. 그거로 해야겠다.

좋아. 그럼 오늘부터 신은 아기의 웃음소리랑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다.

좋아!

이전 12화[숏폼소설] 엘리베이터의 경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