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까마귀

by 홍윤표
카메라: MINOLTA HI-MATIC AF-D / 필름: Kodak Colorplus 200 / 일자: 25.08.31.

속담 중에는 까마귀가 등장하는 속담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까마귀를 안 좋게 보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까마귀가 열두 소리에 하나도 좋지 않다.' '까마귀 떡 감추듯' '까마귀 미역 감듯' 등등.

그중에 '공작새 사이에 끼인 까마귀'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훌륭한 환경에 비하여 인품이나 됨됨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해요. 참 불쌍한 까마귀죠.

저에겐 한 살 터울 형이 있습니다. 성격도 좋고 모범생이라 남녀노소 모두 좋아했어요. 물론 저도 좋아하고요. 지금도 사이가 참 좋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유난히 공부 잘하는 형을 둔 덕분에 조금 비교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학교 선생님들도 형이 공부를 잘하니깐 동생인 저도 잘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죠.

전 그래서 주변에 의도하지 않게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학기 시작할 때는 형의 명성을 등에 없고 얼떨결에 임시반장이 되었다가 첫 시험 이후 반장이 바뀐 경우도 있었죠. 어차피 임시반장이었으니 큰 미련은 없었지만 조금 우울했던 기억은 아직도 납니다.

하얀 비둘기 무리 속 한 마리의 까만 까마귀를 보자 자연스레 카메라를 꺼내게 되었어요. 흉조라고 미움만 받는 하얀 무리 속 까만 한 마리. 왠지 마음이 끌렸습니다.

참, 까마귀가 등장하는 속담 중에는 이런 것도 있더라고요. '까마귀가 검어도 살은 희다'.

까마귀의 겉은 검지만 속살은 다른 새와 같이 하얗다는 말이라고 해요.

keyword
월, 금 연재
이전 01화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