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숙소에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토마스. 사람을 무척 잘 따르는 녀석이었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 부지를 산책하려고 하면 이 녀석이 항상 앞장서서 안내를 해줬죠. 지내는 4일 동안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바닥에 벌렁 누워 쉽게 사람의 손을 허락하는 매우 살가운 고양이였죠.
숙소에서 처음 맞는 아침, 일출이 너무나 멋져서 사진을 찍기 위해 바닥에 쪼그리자 토마스는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총총거리며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이 사진을 찍자마자 전 카메라를 내려놓고 녀석의 턱을 간지럽혔을 거예요.
사진을 인화하고 보니 전 분명 해를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정작 해는 반쯤 잘려나가고 사진에는 토마스가 담겼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카메라를 내렸나 봅니다. 저 때 제 마음은 이미 일출에서 토마스에게로 기울었겠지요. 그리고 카메라가 그걸 솔직하게 보여줬고요.
이래서 전 카메라가 좋습니다. 그것도, 결과물이 바로 확인이 안 되는 필름 카메라를요. 사진을 찍고 인화를 하는 그 사이의 공백이 참 좋습니다. 결과물을 기다릴 때의 작은 기대감과 생각지 못한 결과물을 접했을 때의 작은 놀라움.
이제부터 이런 소소한 감정과 단상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연재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