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와 단지 사이에 산책길이 있습니다. 마트에 갈 때나 버스 타러 갈 때, 출근할 때 자주 다니는 길이에요. 그러니까, 거의 매일 다니는 길인 셈이죠. 지금은 휴직 중이라서 아이 등하원 시킬 때 주로 이용합니다.
길 양 옆으로 나무가 우거져서 햇볕이 좋은 날엔 길 위로 그늘이 드리웁니다. 같은 길, 같은 나무, 같은 해일 텐데 길 위의 그림자는 조금씩 달라져요. 그날의 날씨, 바람, 구름 그리고 필름의 상태 등 그림자를 건드리는 요소들은 많겠죠. 하지만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어요.
전 이 길이 무척 좋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에 드리운 그늘이 좋고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늘이 있게 해 준 햇살이 좋습니다.
그림자가 있다는 건 거기에 햇살도 있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습니다. 햇살과 그림자는 항상 같이 있다는 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