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by 홍윤표
카메라: MINOLTA HI-MATICAF-D / 필름: Kodak Colorplus 200 / 일자: 25.11.??.

안방 침대 옆에 전자피아노가 있습니다. 아내가 대학생 때 샀던 걸 결혼하고 가져왔죠. 이사 전 안방에는 장롱이 있었지만 이사 오면서 장롱은 처분하고 대신 베란다에 놔뒀던 피아노를 들였습니다.

마침 이 동네로 이사 온 후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아내도 어렸을 적 피아노를 배웠고 아이도 배우고 있고, 그리고 저도 배웠었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피아노 가족 같네요. 하지만 전 아주 어렸을 적 짧게 배운 게 전부라 지금은 다 잊어버렸지요.

피아노는 다른 악기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다른 악기들이 사람의 손에 들려 연주되는 반면, 피아노는 사람이 그 곁에 앉아 연주를 해야 하죠. 드럼 정도가 비슷하겠네요. 좀 다르게 얘기하자면, 다른 악기들은 사람의 손에 쥐어져서 소리를 내지만 피아노는 제 곁을 사람에게 내주고 소리를 냅니다.

가끔 휴일 늦잠 자는 날 늦은 아침, 침대에서 눈을 게슴츠레 뜨면 아내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치는 뒷모습이 보입니다. 전자피아노의 볼륨을 최소로 낮춰 피아노 소리보다 건반 누르는 소리가 더 커서 정작 무슨 곡인지는 모르지만요.

전 세상의 모든 악기를 좋아하지만, 연주 자세만 본다면 단연 피아노가 제일 예쁜 것 같습니다. 나른한 휴일 아침, 햇살을 등지고 건반을 두드리는 사랑하는 이들의 뒷모습만큼 예쁜 것도 없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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