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엔 공중전화를 꽤 자주 이용했습니다. 밖에서 놀다가 친구를 불러내기도 했고, 좋아하는 여자애 집에 전화했다가 그 애 어머니가 받아서 황급히 끊은 적도 있죠. 시끄러운 거리에 있다가도 부스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콕 닫으면 거짓말처럼 조용해지곤 했습니다. 그 작은 공간에 저와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만으로 가득 찼죠.
전화카드가 있었고, 그전엔 동전이 있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돈을 갖고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용건을 전달하기 위해선 필사적으로 될 수밖에 없었어요.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걸 전달해야 했죠. 그래서 우리는 모두 부스 안에서 간절해집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수첩에 적어둔 혹은 수십 번 외워둔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가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순간을. 짧은 시간에 아쉬워하며 해야 할 말들을 고르고 골라 품속에 넣어둔 보석들을 내밀듯이 단어들을 전하던 순간을 말이죠.
상대방에게 가닿을 말들이 좀 더 귀하고 애잔하고 애틋했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공중전화 부스가 두 사람만의 우주였던 시간들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