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01 – 왜 걸어야 하는가?

by 김명복

10년 전,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프랑스 생장에서 출발해 스페인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약 800km.

끝까지 가면 대서양을 마주하는 피니스테라까지 1,000km에 이른다.

일정은 45일, 경비는 5~600만 원 정도.

아시아나 직항을 타고 파리 샤를드골 공항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돈 주고 고생을 하세요?”

“도대체 왜 그렇게 걸어야 하나요?”

머리로는 알 수 없다.

직접 걸어봐야 한다.

몸으로 걸어야 마음에 새겨진다.

확실한 건 하나다.

마음이 답답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딘가를 찾는다.

현실 속에서 답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명상하고, 걷고, 여행을 찾게 된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런 쉼터를 ‘퀘렌시아(Querencia)’라고 부른다.

류시화 작가의 책에도 나오는 말인데,

지쳐서 무너졌을 때 본능적으로 향하게 되는 자기만의 안식처라는 뜻이다.

결국, “왜 걷냐”는 질문의 답은 단순하다.

마음과 영혼이 지쳐서,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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