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멈췄다. 그것도 완전히.
생각도, 마음도, 행동도 멈췄고 결국 내 삶도 멈췄다.
뇌가 멈췄다.
몸은 굳었고, 머리는 하얘졌다.
사수가 뭐라 말했지만, 나는 듣지 못했다. 반응도 못했다.
그 순간 나는 내 몸 안에 살고 있지 않았다.
사수가 조용히 말했다. “바람 좀 쐬고 와.”
정신이 멈췄다. 내 삶도 함께 멈췄다.
그날 이후, 나는 상담센터를 찾았다.
광진구 무료 상담소. “왜 오셨어요?”라는 질문에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울증인 것 같아서요.”
기본적인 질문이 오갔다.
잠은 자는지, 죽고 싶은 생각은 있는지,
마지막엔 조용히 진단이 내려졌다. 우울증입니다.
약물 치료 권유가 이어졌다.
"6개월 정도 드시면 좋아질 수 있어요. 멍한 느낌이 있을 수 있고요."
“생각해 볼게요.”
나에게 필요한 건 약이 아니었다.
나는 ‘현상 유지’를 원하지 않았다.
'내 삶의 회복’을 원했다.
꿈이 사라진 마음에 약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 약은, 무너진 삶 위에 붙이는 밴드처럼 느껴졌다.
결국 나는 서울을 떠났다.
계약한 지 두 달 된 방을 내놓고 고향 안동으로 내려갔다.
혼자 있을 수록, 나는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방바닥에 퍼질러 누워 ‘끝났다’고 생각하던 나를
살리고 싶었다. 아니, ‘살려야’ 했다.
말은 멋졌지만, 나는 두려웠다.
막막했다. 희망이 없었다.
유튜브에선 우울증 완치는 어렵다고 말하고,
댓글 창엔 “그냥 일상 유지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체념들만 가득했다.
그게 싫었다.
계속 징징대는 그 말들이 싫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라는 질문 앞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멈춘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다.
내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다.
밥을 먹고 출근하고 퇴근하는 삶은 지속됐지만,
그 안엔 ‘나’는 없었다.
그게 두려웠다.
나조차 모르는 나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멈췄기 때문에, 나는 선택할 수 있었다.
다시 나를 살리는 일.
잃어버린 나를 찾는 여정.
그건 어쩌면, 내가 숨쉬기 위해 택한 심폐소생술이었다.
세상은 말한다.
“더 빨리, 더 열심히, 더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멈추지 않으면, 결국 강제로 멈춰지게 된다.
사회는 강한자들에게는 놀이터였지만,
나약한 자들에게는 감옥 이었다.
그 감옥 안에서 허우적대던 나는, 멈춤을 선택하면서
스스로에게 숨 쉴 틈을 허락했다.
고래가 숨을 쉬듯,
나는 나를 살리기 위해 멈춰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