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어떻게 생겼을까?

by 김명복


카페 엔제리너스에 왔다. 노트북 켜고 기록을 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눈앞에 들어왔다.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무 테이블 위에 물이 고였다. 물방울이 유리컵에 맺혔다. 그러다 비가 창문 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듯 테이블까지 내려갔다. 빨대는 검은색이다. 주둥이를 보니 절단면이 깔끔하지 않다. 작은 가시처럼 솟아난 듯 둥근 모양이 어긋나 있다. 유리컵의 두께는 0.5센티 정도처럼 보인다. 남은 양은 절반, 얼음은 거의 다 녹아내렸다. 북극 빙하가 생각났다. 아기공룡 둘리도 생각났다. 빙하가 녹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까지 떠내려온 둘리. 그리고 그 빙하가 지금 내 커피 속 얼음과 겹쳤다. 커피색은 갈색이다. 윗부분은 연한 갈색인데, 아래로 갈수록 짙은 갈색이 된다. 수심 깊은 물속이 어두운 녹색처럼 커피도 수심이 깊어질수록 짙어졌다. 노트북 충전선에 물이 닿아있었다. 몰랐는데, 물이 생각보다 많이 흘러넘쳤다.


커피를 마셨다. 상쾌했다. 개운했다. 텁텁했던 마음이 싱그러워졌다. 언제나 커피를 한 잔 시키고 기록을 하면 뭔가 작업 분위기가 생긴다.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된다.


그냥 커피를 관찰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 생각 했는데, 적다 보니 나름 재미가 있었다. 이유 없는 즐거움이었다. 평소 그렇게 많이 마셨던 커피지만 지금처럼 자세히 관찰한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무심히 본 것들에 얼마나 많은 즐거움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쓸모 없음을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