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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앉은 의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by 김명복

눈앞에 의자가 있다. 짙은 녹색이다. 군인들 군복 같은.


모양이 특이하다. 외각 실루엣이 모자와 비슷하다. 혹은 낙타 등에 달린 혹처럼 뽈록 튀어나왔다. 이 모양을 따라 바느질 자국이 보인다. 티셔츠 바느질 자국과 같은데, 누가 이빨 앞니로 앙 다문 것처럼 보인다.


손잡이는 나무다. 유광 코팅으로 마감했는지 반짝거린다. 짙은 갈색과 붉은 기가 얼룩말 무늬처럼 새겨져 있다. 의자는 파이프로 만들어진 것 같다. 검은색 도색이 되어 있는데, 고급 진 느낌은 아니다. 표면이 거칠다. 울퉁불퉁 여드름처럼 뽈록한데, 마감이 매끄럽지 않다. 조카 이마도 매끄럽지 않다. 여드름이 불쑥 튀어나와 있다. 벌써 중학교 2학년이다.


꺾이는 부분마다 도색이 벗겨진 듯 장미꽃 가시처럼 솟아나 있다. 의자 다리는 사각형인데, 끝으로 갈수록 네모에서 둥근 형태로 바뀐다. 아마 네모난 파이프와 둥근 파이프를 용접으로 붙이고, 면을 부드럽게 만든 것 같다.


바닥면은 원형인데, 말뚝처럼 보인다. 흡혈귀 가슴에 박을 때 사용하는 그런 말뚝.


예쁜 의자는 아니다. 낯에는 유리로 빛이 들어와 괜찮지만, 해가지면 색이 칙칙해서 텁텁하게 느껴진다. 앉고 싶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앉기 전에 의자를 봤을 때, 딱딱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쿠션감은 거의 없다. 대신 잠은 오지 않아 다행이다.


지금 무인 카페를 훑어보니 메인 컬러가 짙은 녹색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화분이 있는데 꽃이 아니라 식물이다. 그 식물이 가지고 있는 색과 의자 색이 같다. '아! 군복색... 아니었네.' 아마도 사장님은 식물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의자 색도 같은 녹색 계열로 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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