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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전은 어떻게 생겼을까?

by 김명복

엄마 식당에 왔다. 오전 반찬 준비하고 있다. 호박전을 굽고 있다. 아침 먹기 전, 방금 만든 반찬으로 밥을 먹는다. 호박전 하나를 먹었다. 무심하지만 달짝지근하다. 자극적이지 않다. 끝 맛이 살짝 매콤한 게 고추 넣은 것 같다. 혀끝이 아린다.

난 맵찔이다. 매운 걸 먹지 못해서 뜨겁고 매운맛에 민감하다. 땀이 많이 나기에 여름엔 매운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먹고 나니 호박전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동그랑땡 크기다. 튀김옷만 보면 고구마 전이 생각난다. 근데 전인지 튀김인지 구별이 안 된다. 그냥 전이라 생각했는데 일반적으로 전은 넓적한 원형의 부침개 아니었던가?

고구마를 튀기면 고구마튀김인데, 호박을 튀겼으니 호박 튀김이라 불러야 했다. 요리는 안 하고 먹기만 하니 알 턱이 없다. 어쨌든 전인지 튀김인지는 중요치 않다. 일단 맛있으면 된 거니까.

겉이 노릇하게 구워졌다. 살짝 그슬린 부분도 있지만 튀김? 은 탄 자국이 있어야 더 맛깔스럽게 보인다.

넓은 접시에 초승달 모양처럼 나란히 놓여 있다. 바사삭한 소리, 얇은 튀김옷, 부드러운 식감. 모두 즐겁다. 빨간 고추가 보인다. 아 매콤함의 정체가 이거였구나.

주는 걸 먹기만 했을 땐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하나씩 의식하며 먹으니 뭔가 새롭게 느껴진다. 신경 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할까.

전 하나를 굽는데 들인 시간이 생각났다. 내 입으로 들어가 소화되는 건 순간이다. 하지만 호박을 썰고, 반죽 준비를 하고 가스레인지 불에 프라이팬을 달군 후 기름을 뿌리고, 하나씩 붙이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맛나게 먹던 모든 음식은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애씀이 만든 결과다.

오늘처럼 모든 음식을 의식하면서 먹을 순 없다. 그럼에도 한 번쯤 음식을 먹기 전에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음식의 단짠 보다 이 음식이 만들어진 과정을 음미하며 먹게 된다. 그러면 더 맛나게 먹게 되고, 그 이상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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