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했다.
답은 없었지만,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만 했다.
무엇을 할지 몰랐지만 돈을 벌고 싶었다.
좋아하던 그림을 포기했다. 그림 외주가 나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만 벌 수 있다면 그림만 그려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돈을 벌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때는 꿈과 돈을 별개라고 생각했다. 돈을 버는 방법만 배운다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타인의 삶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내가 살아온 세계에서는 더 이상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한 순간이었다.
2018년 11월 21일, 홍대에 위치한 렌털 스튜디오에서 열린 원 데이 세미나에 참여했다. 강의 주제는 ‘디지털 노마드’였다. 강사는 서울에서 제주도 이사를 가면서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했다. 참석자는 약 30명 정도, 강의가 시작되자 강사가 첫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시급 얼마인가요?”
당시 최저 시급은 7,530원이었다. 강사는 자신의 시급을 30만 원이라고 말했다. 그때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오!"라며 감탄했다. 나는 새로운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내게 새로운 가능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믿기로 결심했다.
블로그 강의를 신청했다. 한 달 과정에 30만 원, 모집 글이 인상 깊었다. "30만 원 전혀 비싸지 않습니다. 하루 1만 원, 커피 한 잔만 아끼면 됩니다." 강의는 학교 수업처럼 커리큘럼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강사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게 된 노하우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글을 쓰면 강사가 글을 읽고 피드백을 주었다. 사진은 최소 15장, 동일 키워드 반복은 10개 이하, 글 시작은 일상적인 내용으로 시작하라고 했다. 또 돈이 되는 주제는 계절마다 다르다고 했다. 여름 성수기에는 크루즈 여행과 캠핑카를 추천했고, 개인 사업자는 하나의 키워드를 정하고 지속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업에서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강사의 일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강사의 집은 제주도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었다. 집안일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는 집안일보다는 제 일을 하는 걸 더 좋아해요. 그래서 200만 원 주고, 제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외에도 부동산과 강남에 술집을 운영하고 있었고, 가족들과 함께 1년 해외에서 살 계획이라고 했다. 그가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이유는 온라인 사업 덕분이었다. 그때, 나는 내가 원하던 삶을 발견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 한 곳에 머물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블로그는 저품질에 걸렸다. 애써 쓴 글들이 상위 노출에서 사라지자 동기를 잃고 허탈감에 블로그를 포기했다. 당시 블로그 마케팅 개념조차 몰라 실패처럼 느껴졌지만, 이 경험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바로 ‘온라인’이라는 무한한 세계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발견하게 된 것이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듯,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을 벗어나 훨씬 넓고 자유로운 공간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내 세계관은 확장되었고, 그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사회가 정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을 ‘다크호스’라고 한다. 토드로즈 『다크호스』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지를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을 듯한 상황을 선택했고, 충족감을 주는 활동에 몰입함으로써 학습력, 발전력, 수행력이 최대화된 덕분에 자신의 직업에서 우수성을 키우기에 가장 효과적인 환경을 확보했다.”
그렇다면 자발적 백수의 삶도 다크호스의 삶과 비슷하지 않을까?
자발적 백수는 전통적인 직업관과 반대 위치에 있다. 그 길이 때로는 불안하고 흔들리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창조해 나가는 삶은 다크호스의 삶과 같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과거의 영광을 버려야 한다. 내게 있어 과거의 영광은 그림 작가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작가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다면, 1인 기업가에 대한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버린다는 것은 단순히 그 정체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사고의 확장이다. 좁은 세계관에 새로운 세계관을 더하는 과정이었다.
내 안의 세계가 확장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그 길은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스스로 탐구하며 성장하는 길이다. 더 이상 해야만 하는 일에 얽매이지 않고, 내 관심과 열정이 이끄는 길이다.
누군가는 이상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언제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니까. 그런데 내가 살아온 삶은 이상이든 현실이든 쉬웠던 적은 없었다. 그저 현실과 이상 사이를 저울질하며 알게 되었을 뿐이다.
이상을 살아갈 때 어려움도 즐거움이 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