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노가다 뜻이 뭐야? '노' 없다란 의미야. 뭐가 없어? '가다'가 없다.
즉, 일할 때, 기준이 없다는 의미야. '가다' 있게 해야지, 저게 뭐냐. 쪽팔리게."
평택 건설 현장에서 팀장님께서 말씀하셨던 이야기다. 노가다’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말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단어를 조금 다른 의미로 썼다. 팀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기준 없이, 체계 없이 일하는 사람을 ‘노가다’라고 불렀다.
현장에서는 관리자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좀 있어 봐"라며 자신의 경험을 우선시한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아무 말 못 하고 조용해진다. 경험자만이 아니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나는 시키는 일만 할래.'라는 태도로, 멀뚱이 서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현장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온다. 공무원 시험 준비, 군 입대를 앞둔 사람, 가게 화재로 폐업 후 재기를 준비하는 사장님, 사무직을 하다가 회사를 떠난 사람까지.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직장이라는 개념이 의미가 있을까.
1인 사업자로 단발성 프로젝트로 일 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분들은 점심때 식사를 하지 않는다. 밥을 많이 먹으면 몸이 무거워 일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할 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
프리랜서처럼 일하기 때문에 빨리 끝낼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분들은 쉬지 않고 일하신다. 전화벨에 울려 통화를 하면 여러 곳에서 빨리 좀 와달라는 내용뿐이다. 그러면 지금 바쁘다고, 나중에 연락하자며 전화를 먼저 끊는다. 거래처가 너무 많아 선택해서 간다. 반면 실력이 없으면 바로 돌려보낸다.
"오늘 일당 드릴 테니 그냥 가세요."
"내일부터 나올 필요 없습니다."
금속 인테리어 팀에서 일을 했었다. 그분들은 토요일 오후 2시면 일을 끝마쳤다. 다른 현장에 알바를 가거나, 시골에 농사를 지으러 갔다. 약속한 일정만 지키면 되었기에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당시 스마트 스토어를 하고 있었다. 퇴근 후 7시부터 강의를 듣고 상품등록을 했었다. 평일에는 문의 전화가 오면 화장실 좀 다녀온다 이야기하며 걸어가면서 전화를 받았다. 당시 유행 했던 ‘음료’를 판매했었다. 보통 문의 전화는 유통 기한, 택배 문의가 대부분이었다.
또, 새로운 제품일 경우 첫 페이지를 도배를 하기도 했었다 티(Tea)를 판매했었다. 강의에서 알려준 그대로 메인 페이지만 바꿔서 10개 넘겨 등록을 했었다. 혼자 뿌듯해했었다. 제품 검색했을 때 내 페이지만 보였다. 2시간 정도 전화가 왔었다. 업체 관계자였는데 ‘너무 한 거 아니에요?’란한 마디에 바로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3개만 남기도 모두 내리기도 했었다.
그때는 재고 없이 스토어를 운영했었다. 주문을 받으면 강사에게 엑셀로 주문서를 주면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본사와 정식 거래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어떤 날은 문자가 왔었다.
“제품 내리지 않으면 법적 조치 들어갑니다.”
처음 이런 문자를 받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시작했는데, 고발한다는 문자를 받으면 떨린다. 단톡 방에 이런 내용을 공유하면, 겁먹을 거 없다고, 고발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심각해지면 전부 숨어라고 단톡 방에 공지가 뜬다 그러면 가격을 올리거나 상품을 내려야 했다. 본보기로 걸리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핸드폰도 투 넘버 서비스를 이용해서 전화를 구별해서 받았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내가 물건을 팔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마진은 남지 않았지만 처음 판매 되었을 때 가슴이 떨렸다. 신기했다. 그냥 물건을 올렸을 뿐인데 팔리다니… 어쨌든 팔렸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일단 팔리면 그다음은 어떻게 수익을 남길까를 생각하면 되니까.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하기 싫어졌다. 고객응대는 나와 맞지 않아다.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 소모가 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어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익숙해지겠지 생각했는데 점점 심해졌다. 20만 원 정도 수익이 났지만, 7개월 정도하고 그만뒀다.
정신없이 전화받고, 사람 상대하는 게 내가 원했던 건지 생각했을 때 아니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돈을 벌면 좋지만, 내게 맞는 방식으로 벌어야 한다고. 남들이 돈을 벌 수 있다고 하지만, 나와 맞지 않으면 소요 없다. 세상에 돈 버는 방법은 많다.. 문제는 나와 맞는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유통은 나와 맞지 않다는 걸 알고 관심을 끄게 되었다. 실패했었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랐기에 간접적으로 최소한의 위험을 가지고 경험하는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 직업을 묻는다면 노가다입니다. 라고 이야기 하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언제나 퇴근 후 조용히 이것저것 찔러봤기 때문이다. 지금은 노가다 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거니까. 굳이 ‘직업’에 국한되기 싫었다. 어차피 직업은 의미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나를 스스로 고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