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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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 본다하면 보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정비 유튜브에 투자한다. 기계공학도로써 가장 궁극의 물건에 가까운 내연기관, 그리고 그 주변에 치밀하게 설계된 기계 부속들. 저열한 수준의 학사학위임에도 눈이 돌아갈만큼 자동차는 복잡하고 엄청난 장치다. 세대를 거쳐오며 누적된 노하우와 설계, 실험 값들이 브랜드의 명성과 힘을 키워준다. 그 속에서 그런 요소들을 고치는 정비사들이 있다.
무엇인가에 전문가가 되려한다면 공부와 행위가 모두 빠지지 않고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잡다하게 많이 아는 것 수준을 넘어서 넓고도 깊게 알아야 한다. 정비라는 것이 고장난 것을 수리하고 소모품을 교환하는 것을 넘어 문제를 발견하면 원인을 추적해서 예방과 해결 모두 해내는 것이 올바른 정비사의 덕목이다. 이는 정비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 개발자, 각종 프로젝트같은 어느 곳에서도 상관없이 고려되고 놓쳐서 안되는 궁극적인 진리다. 원인이 사라지지 않고서는 문제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 진단도 기술이며 해결법도 노하우다. 단순히 시간에 따른 계산이 아니라 분명히 기술료로 지불받고 수리되는 것이다.
정비 영상을 홀리듯 보게 된 것은 비단 차에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곳에 담기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홀림이었다. 인사이드 플랫이라는 유튜브 채널, 플랫 센터의 대표가 정비하며 하는 말들과 임하는 자세가 동종업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깊은 고찰이 없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 그만의 것들이 하나하나 무게감 있게 꽃힌다.
어느 분야든 전문가는 멋지다. 단순히 '한다'를 넘어서 고민했던 시간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여러 모습들은 분명히 배울 것이 많다. 분야는 달라도 어느 경지 이상의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그 부분을 놓치지 않으면 어떻게든 뼈가 되고 살이 된다. 세상을 굳이 좁게 볼 필요가 없다.
정비란 것은 필요한 공구도 무지막지하게 많고 그에 따른 경험도 엄청나게 필요하다. 잘 보이지 않는 곳을 개방하지 않고 유추하고 원인을 알아낸다는 것이 과연 자동차 의사라 불리울만 하지 않은가. 고장을 고친다는 것이 결단코 쉽지 않기에, 그리고 때론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 책임감도 크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정비를 배워보고 싶단 마음이 굴뚝같아 이것 저것 시도해보려 하지만 늘 쉽지 않다.
불현듯 다른 이들이 내가 하려는 이것에 뛰어들려 하면 똑같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내가 하려는 영상이란 무언가가 가지는 무게감을 내가 너무 쉽게 여기는 것일까. 일의 중요성보단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나 지식들을 나 스스로 너무 폄하하는 것이 아닌가. 배우는 과정이 학문적 접근이나 그런 방식이 아니라 동아리 단위 속 길거리 위 단편영화 촬영 현장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배우던 그 노하우가 나 스스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 아닐까. 내가 찍어온 영상들의 무게감을 나만 하찮게 보는 것이 아닐까. 내가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이 남들에겐 너무도 생소한 것이 아닐까.
배움의 숭고함은 늘 다시 강조해도 모자라다. 학교의 공부만이 공부가 아니라 우리가 쌓아가는 모든 것이 공부다. 잊혀지지 않고 쌓여서 나만의 노하우가 되기도 하고 깨달음이 되기도 하는 모든 것이 공부다. 전문가가 되는 것은 하고자함이 아니라 하였음에 대한 보상이다. 프로는 하고 싶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자격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든 취미든 내가 어떤 자세로 마음가짐으로 임하는지. 그에 대한 내가 어떤 방식을 고수해야 할지 명확히 정리하는 시간이 분명 필요하다. 내가 이미 이것으로 돈을 벌정도여도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유튜브의 정비사가 그런 말을 했다. 차를 고치러 와서 폐차를 할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 이도저도 아닌 반응이면 자신도 이도저도 아닌 마음가짐으로 임할 수 밖에 없다고. 그렇기에 진심을 가지고 대하는 이들에게 더 신경써줄 수 밖에 없다고. 내가 직장을 구하든 이런 식으로 프리랜서로 살아남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절심함과 진심이 결국 상대에게도 묻어나고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 이도저도 아닌 마음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면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어떤 일이 오더라도 내가 놓을 수 밖에 없는 수준이 아니면 끝까지 밀어붙여 보는 것이 기회를 분명히 가져온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마음이 문제인 것이다.
영상들을 보며 오랜만에 다시 나와의 대화를 해야함이 느껴졌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그것이 도움이 되는가. 나는 어떤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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