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 못할 말들

나 언제나 - 사뮈

by 노예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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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삼켜야만 했던 말들과 그러지 않고 내뱉은 말들의 차이라면 후련함 아니겠는가. 아무 것도 아닌 이들에게 전하는 아무 것도 아닌 일들. 속의 까만 그을림을 흩뿌려도 결국 내 바짓가랑이와 신발에 다 묻어난다. 늘 내 곁을 머물지만 그 와 동시에 천리를 가는 것이 말이다. 그것을 알기에 전하지 못할 말들이 너무도 많다.


정신을 차리고 단풍을 돌아보려 하기엔 이미 낙엽으로 흩너지고 난 뒤다. 손틈 사이로 부서지는 가을의 바람이 겨울로 바뀌며 끝이 없을 것 같은 추위 속에 걷고 있다. 한순간의 장렬한 죽음은 축복이었고 그와 동시에 끝없는 저주다. 눈이 녹을 때가 오길 기다리며 한 없이 손을 비볐다. 해는 늘 똑같이 뜨고 질테지만 마음은 늘 변한다. 믿음을 믿다기보단 믿기 어려움을 믿는 것이 나으리라. 구질구질한 변명은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통제된 감정만이 평화이다. 바램은 분노가 되고 불안을 슬픔이 된다.


울지 못하게 된 순간이 온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눈물을 모르는 자는 진실로 슬플 수 없다. 울고 싶어서 운다. 그 마음을 아는가.


무덤 속까지도 가져가야할 그런 이야기들은 때론 잊어버려도 괜찮겠단 생각이 든다. 아니 가끔은 완전히 잊은 것들도 있다. 누군가의 치명적인 비밀들을 굳이 들춰 볼 필요는 없다. 비밀은 비밀로 지켜져야만 그 힘이 있는 것이다.


일방통행으로 소중하다 여기는 마음들. 그것은 후원자와 피후원자 관계랑 비슷한 것이다. 때론 그에 상응한 반응을 원하겠지만 그런 것 없이도 끝이 나질 않는 그 관심은 때론 불쌍하기까지 하다. 마치 외사랑이란 단어처럼. 그 마음은 단어로 존재하기에 더욱 비극적이다. 누군가를 위함에는 적어도 댓가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어야 한다.


선물같이 주어진 이 삶에서 가장 모나게 자라나는 것은 좌절감이다. 모든 선택에 뒤따르는 그림자가 사람보다 커져 잡아먹는다. 가끔은 멈춰설 필요도 있건만 뭐가 무서워 계속 달리려 들까. 그러다 넘어지는 크게 다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하지 못한 말, 해서는 안될 말들이 머리에서 헤엄친다. 그냥 말했으면 차라리 달랐을까.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전해지게 되었을 때 일들은 어떤 식으로 돌아갈까. 말하지 않음이 후회된다기보단 아직 닿아보지 못한 곳에 대한 환상과도 같은 것이겠지. 기회가 되어도 할 수 없음이 원망스럽진 않지만 그 생각이 때론 그 사람을 잡아먹는 것 같다. 마치 나를 잡아먹는 것처럼. 얼굴와 이름을 마주할 때마다 지워지지 않을 그 몇가지 단어들이 그 사람을 정의하기 시작한다. 몇몇은 극 소수만 아는 사실일테고 일부는 진실조차 아닐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거짓인지 다 안다. 내색하지 않는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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