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마음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아니게 된 것처럼,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니게 된 것처럼, 하지만 마음대로 나아가게 되는 것일까.
어떠한 마음의 모양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여러 굴절들 속 어떤 모난 모양을 누군가가 발견하고 콕 집어 들어낼 수 있다면, 난 이 사랑을 그만둘 수 있을까. 내가 아닌 내 마음대로, 보이지만 애써 눈을 감은 채로 그렇게 계속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지 않을까.
사랑은 늘 내게 그랬다. 두근거리며 기분 좋게 찾아오기보다는 울렁거리며 불안하게 찾아왔고, 천천히 외면한 채 스며들었다. 사랑은 가지고 싶은 존재였기도, 무서운 존재였기도 했다.
내가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박이 나에게는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도움을 주거나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때 그 조언처럼 살지 않는 나를 경멸했다. 책임을 지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뱉고 그게 상대방에게 닿았을 때 끝없이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차마 쉽게 뱉지 못했다. 어느 정도의 깊은 마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겁이 많다. 상처를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깊다. 나의 사랑이 상대방에 대한 사랑보다 큰 것 같아서, 상대방은 나를 나만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나만 이 손을 놓으면 다시 잡지 못할 온기 같아서. 그래서 애써 감추고 남은 사랑은 짐이 되어버려서 끝없이 나를 괴롭힌다.
몇 번의 연애를 경험한 후 상대방에 대한 좋은 마음들은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그 의미가 드러난다고, 그리고 나는 사랑하기에 그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내게 지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짐은 남아있지 않다. 미워하지도,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다만 당시에 사랑하던 나의 모습을 그리워한다. 너무나 열심히였고 진심을 다했고, 거짓과 거침이 없었던, 그 솔직함을 그리워한다.
사랑은 나에게 언제 오고 갈지 모르는 어렵고도 잡기 힘든 것이다. 타이밍을 잘 잡아서 손안에 넣으면 언제 부서질까 괴로워하는 것도 사랑의 한 부분이기에 사랑은 나에게 어렵고 두렵고 피하고 싶은 존재이지만 사랑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욕심이 든다.
봄이 오면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간다. 그 모습이 어쩌면 너무나 여리고 어쩌면 너무나 강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