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소주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마시고 싶은 날에는 맥주나 하이볼 같은 가벼운 느낌의 술을 즐겨 마신다. 즐겨마신다고 하니까 무언가 술을 자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 술을 자주 마시지는 않는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거창한 이유가 아닌 바로 어제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몇 달에 한번 정도 마시는 술은 거의 99% 혼술이다. 20대에 들어온 순간에는 친구들과 시끄러움을 나누며 주량을 넘기는 술자리를 가지고는 했었는데, 웃기고 슬픈 에피소드가 늘어나면서 점점 술자리를 즐기지 않게 되었고 술이 마시고 싶은 날에는 약속을 잡기보단 홀로 방 안에서 직접 만들거나 시킨 안주를 곁들여 술을 즐긴다.
다른 글에도 있듯이 나는 요리를 즐겨한다. 요즘 같이 배달이 잘 되어있는 시기에 요리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한번 먹을 음식을 만드려고 재료를 한 움큼 사는 것이 비효율적이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즐거우니 그걸로 됐다.
가장 즐겨 만드는 안주는 떡강정, 두부김치, 볶음우동이다.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인데, 어렸을 때부터 먹었던 음식이 성인이 되면서 안주로 변했다. 물론 지금도 간식이나 식사로 종종 먹기도 하지만 주로 단골 안주로 등장한다. 보통은 집에 오는 길에 재료를 사 오거나 주문을 해서 집에 도착했을 때 바로 요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 순서이다. 물론 재료를 시키고 그에 맞는 술을 사 오는 것도 순서에 포함된다.
혼술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들은 다양하다. 하루가 너무나 고되었거나, 어떠한 이슈로 인해 명상과 책 읽기로도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을 것 같을 때, 빠르게 잠을 자야 하는 날이 대표적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각이 깊어지는 편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그저 빨리 잊고 자고 싶어서 혼술을 선택한다. 어이없는 것은 술을 마시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나의 주량은 굉장히 적기에 맥주 한 캔으로도 취기가 오르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본 말인데 나와 같은 사람을 가성비 술꾼이라 부른다고 한다.
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상이다. 나는 주로 영화를 즐겨 보는데 꼭 술을 마실 때 보는 영화가 있다. 배우 이솜 주연의 <소공녀>와 일본 만화 원작인 <나나>이다. 몇 년 동안 계속 봐왔던 영화이기에 질릴 법도 하지만 술이 꽤나 많이 나오는 영화들이라 외롭지 않게 즐기면서 마실 수도 있고,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부담스럽지 않은 전개와 튀지 않는 인물들의 성격 덕분에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친구들과 이자카야였던가, 포차형식의 술집이었던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술집에 간 적이 있었다. 당시에 20살쯤 되었던 걸로 기억된다. 당시 나의 생일 기념으로 만났었던 자리라서 생일주라고 불리는 술을 마셨었는데 그 술의 비율이 소주 9:맥주 1 정도였다. 친구가 첫 잔은 원샷이라는 단골멘트를 던지기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한 번에 마셨고, 2~3시간의 술자리 동안 단 한 번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로 술에 취해있었다. 그 이후로는 누가 타주는 술은 절대 먹지 않는 버릇까지 생겼다. (그 친구와는 아직도 잘 지낸다.)
무엇이든지 과하면 좋지 않듯이 술도 과하면 몸에 영향이 간다. 특히나 다음날이나 그날 새벽에 최고의 고비인데, 울렁거리고 몸은 무겁고 배는 부르고 머리도 아프지만 아쉽게도 나만의 해장법은 사실 따로 없다. 숙취에 대한 데이터도 많이 없을뿐더러 취할 만큼 술을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발견하길 바라지만 그렇게 되려면 우선 술을 왕창 마셔야 하기 때문에 그 바람은 잠시 접어두고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술에 취해서 힘들 때면 두통약 한 알을 먹고 잔다. 이게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아프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한 번쯤은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정확히 말하면 술자리를 잘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다. 술자리에서 술에 취할까 봐 항상 긴장 상태에서 있으니 즐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정말 만약에 내가 술을 잘 마시고 술자리를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내 인생에 더 다양하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흑역사도 적지 않게 생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술은 자기 주량 안에서 즐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