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며 살아왔다. 행복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평탄하게 무던한 삶을 살고 싶었다. 밖을 나가기만 하면 숨이 막히고 식은땀이 나는 삶을 이겨내고 다른 삶으로 환승하고 싶었다.
20대 초반부터 나의 삶의 목표는 ‘무던하게 살기’였다. 최근 친한 언니를 만나서 술자리를 가졌다. 언니는 나와 항상 연락을 하고 워낙 오랫동안 함께 했던 나의 사람이라서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술기운이 조금씩 오르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한테는 말한 적 없는데 항상 엄마랑 너 이야기를 하면 나는 꼭 너같이 살고 싶다고 말한다? “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의 대답으로 “나는 그냥 내가 아프지 않고 밖에서 이렇게 언니랑 같이 술 마실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해.” 그러자 언니가 후에 뱉은 말들로 인해 마음 안에서 약간의 의구심이 풀렸다. “너는 스스로 만족하고 과하게 욕심내지도 않고 적당하게 사니까, 근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해서 네가 부러울 때가 있어.”
언니는 나에게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가끔은 걱정될 정도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것에 열정적이고 쉬지 못하는 사람. 워커홀릭인 사람이다. 어쩌면 내가 신기하게 보는 삶을 사는 사람이 나를 부러워한다니 참으로 삶의 모양이란 이상하다.
다른 글에도 적었지만 나는 물욕, 성공욕 같은 것이 거의 없다. 물론 지금보다 나의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고 나의 이름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지금 현실이 불행하지는 않다. 나에게는 사소한 것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정신적으로 많이 아팠던 그 시기를 이겨내고 있는 지금 순간순간이 감사하기 때문에 무엇을 더 바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감사하는 것을 알기까지에는 깊은 아픔이 따랐다.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하는 것을 하지 못해서 매번 택시를 타고 눈을 질끈 감으며 이동했던 날들, 밖에서 밥을 먹지 못해서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날들,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아서 지하철 역에서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펑펑 울었던 날들, 매일 밤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퉁퉁 부은 얼굴을 봐야 했던 날들이 나에게 지금 이 삶을 감사히 여기게 해 주었다.
나는 나의 일과 나의 벌이에 만족한다. 그 만족감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좋은 발판이 돼주고 있다.
최근에 느낀 것이 있다. 취미가 많은 나에게는 쉬는 날에도 집에서 정말 바쁘게 하루를 꽉 채워서 보내야 하는 강박이 있었다. 본업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 사이에서 나의 취미들을 성장시키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느슨하게 사는 날도 나에게 필요한 것임을 요즘 들어 느끼고 있다. 머리를 비우는 일은 꽤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었다.
비우는 것은 어렵다. 잡생각들이 떠오르지 않는 시간들이 없다. 더 잘 살고 싶고, 더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이 불편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 느슨하게 그리고 게으르게 사는 날들에 익숙해지려 하고 있다. 이런 날들이 어쩌면 일을 하는 동안 나를 좀 더 팽팽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도태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내가 가장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진심을 담은 마음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씩 내려놓고 가볍게 살기로 다짐했다.
행복보다는 편안함과 무던함을 추구한다.
아프지 않고 모두가 하는 일들을 잘 해내고 싶다.
나를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미워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나는 나대로 후회 없이 멋지게 살고 싶다.
당신도 멋지게, 아픈 곳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