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지 말고 살아가세요.

by 기연

살고 싶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버겁고 다가올 내일이 너무나도 두렵고 미워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창피했습니다. 잘하고 있는 건가 항상 스스로를 의심하고 또 비뚤게만 바라보았습니다.


솔직히 아주 솔직하게 말해본다면 저는 그렇게 낙천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었습니다. 왜 과거형으로 말하냐면 이제 그렇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부정과 긍정의 그 사이 어디쯤에서 저의 감정과 생각들은 힘차게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중심을 잡고 일정하게 산다는 게 참 어려운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이 다행일까요. 아무튼 저는 다양하게 삶을 바라보며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살아낸다는 표현을 자주 썼었는데, 이제는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며칠 전 약속이 있어서 술을 한잔 하러 갔었습니다. 다양하게 붙어있는 문구들 사이에서 딱 하나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숙제하듯이 살지 말고 축제하듯 살아라.] 이 문구가 이상하게 저를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축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즐겁게 그럭저럭 살아도 된다는 말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에 집착할까요, 왜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인정을 받는 것일까요. 아니, 굳이 인정을 받아야 할까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도 어려운데 타인이 주는 사랑과 인정에 집착까지 해야 하고 갈구해야 할까요. 저에게 이러한 방식은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사회에 나와서 사람들과 만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을 하며 비로소 피부로 느꼈습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오늘을 살고 내일의 나는 내일을 나답게 살 테니. 나답지 않아도 그저 시간을 느끼면서 살 테니 그거 하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놓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지면 어느 순간 스스로를 놓치게 되는 날도 올 테니, 이런 날이 오지 않도록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게 저에게는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살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깨끗하고 정리되어서 읽기 쉽고 어떠한 교훈이 있는 글은 아니지만 제가 삶을 바라보는 부정과 긍정적인 시선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고 나서는 어딘가 시원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떠한 분들이 저의 글을 읽어주고 계신지는 모르지만 부디 살아내는 것이 아닌 살아가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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