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홀로 남았을 때
저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에는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창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날은 더워지려고 하는데 비가 내려서 인지 쌀쌀함이 가시지를 않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나를 모르는 곳에 홀로 있을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항상 나를 아는 사람들과, 혹은 내가 아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죠.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이상하게도 피로감이 쌓입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저는 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저는 저의 표정과 마음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적이 없습니다.
몸과 마음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여행을 갔었습니다. 제주도였습니다. 충동적으로 비행기를 예매하고 숙소도 결제를 했지만, 충동적이라는 말과는 어딘가 맞지 않게 1~2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었습니다.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티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여행 출발 당일이 되었고, 밤은 꼬박 새운 채로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갔습니다.
아침 7시가 넘은 시간에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약 1년 만에 오는 제주도였습니다.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날씨는 축축했고, 소리가 나는 배를 잡으며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시끄러운 서울과 달리 비수기라서 그런지 너무 이른 시간이었어서 그런지 길에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체크인 시간이 한참 남아있었기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칼국수를 먹고, 가볍게 챙긴 짐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하나 둘 들렸습니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한 후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어느 정도 짐정리가 끝난 후 넷플릭스와 함께 시장에서 사 온 회를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바닷소리가 들리는 창문을 열고 소파에 앉았습니다.
시간과 공기의 흐름이 멈춘 듯 몸이 두둥실 떠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울렁거림이 찾아옵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무언가 답답함이 찾아옵니다. 가장 자연스럽고 나다운 옷들과 모습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에 와서 앉아있지만 어딘가 불편합니다.
눈물이 흐릅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릅니다. 정말 오랜만에 아이처럼 펑펑 울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소리를 내고, 숨이 넘어갈 듯이 운 적은 거의 없었기에 시원하면서도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눈물이 조금 멈춘 후 이 상황이 나에게 굉장히 간절한 상황이었구나 싶었습니다. 동시에 ‘나 힘들었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버거웠던 것이었을까요. 세상과 제가 저 스스로에게 짊어지게 했던 모든 것들이 제 그릇에 맞지 않았지만 소중하게 생각했었던 것들을 버린 자리에 쑤셔 넣고 있었던 것이었을까요.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버거웠던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공허와 쓸쓸함을 바랐던 것 같습니다. 비울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을 좋아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저를 보여줄 용기가 없기에 그들을 멀리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스스로에게 솔직하지는 못하지만 정말 혼자가 되었을 때 울 수 있는 용기는 가지고 있습니다.
결핍이라면 결핍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결핍보다는 ‘갈망’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홀로 있는 시간을 간절히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해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부족한 마음들은 발 끝에 달랑거리며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는데, 살아가는 방법은 다른 이야기였나 봅니다. 스스로를 챙기고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은 너무나 무섭습니다. 아마 제 생각보다 제가 많이 망가져있을 것 같거든요.
홀로 여행을 했지만 그동안 부족했던 잠을 정말 편안히도 잤습니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밤에 누군가 화장실 불을 켜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열거나 닫지도 않는. 타인의 모든 소리들이 차단된 곳에서 저는 마음 놓고 편안히 잘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깨어있는 상태에도 휴대폰 방해금지 모드를 켜고 모든 알람을 받지 않았습니다.
잠귀가 밝아서 이어 플러그를 하고 자지만 그럼에도 자주 깨고는 합니다. 시계를 보면 잠에 든 지 2~3시간 정도 지나가있고, 다시 잠에 들지 못하는 저는 책을 펴거나 휴대폰으로 이것저것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항상 피곤함과 그것을 풀어줄 수면을 ‘갈망’ 해왔지만 모든 소리가 들려오던 평상시 저의 세상에서는 이룰 수 없었습니다.
여행을 간 것이었지만, 사실 제주도는 저에게 가장 가까운 2번째 고향이기 때문에 관광의 목표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떠한 압박도 없이, 급하게 준비를 하고 나갈 이유 없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바다를 산책하고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좋아하는 음료를 사고 숙소에서 바다를 보며 음료를 마신 다음, 조금 눈이 감긴다 싶을 때 잠을 잤습니다. 필요이상의 수면을 취했습니다. 2박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편안히도 잔 것 같습니다.
홀로 있는 시간은 필요합니다. 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시간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합니다. 그 시간 안에서 내가 살아가야 하니까요. 여러분의 몸과 마음은 알맞게 채워져 있으신가요? 이 글에서 처음으로 물음표를 써봅니다.
버겁지는 않으신가요, 울고 싶지 않으신가요, 편안하고 알람이 없는 수면이 필요하지는 않으신가요?
비로소 혼자가 되었을 때, 그리고 고요함이 함께 찾아올 때 그것은 이루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홀로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경험해 보고 맘껏 울고 맘껏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담을 수 있는 만큼만 담고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