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는 편히 울 수 있습니다.
여름이 오긴 했나 봅니다. 비가 끝없이 내리고 천둥은 요란하게 빛을 신호로 삼아 우렁차게 팔을 뻗습니다. 비나 눈이 오는 것을 좋아했던 기억은 저 멀리 기억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고 하지요. 비나 눈이 오면 사람들은 그 자리에 갇힙니다. 이번 장마 때에도 마음 아픈 소식들이 많이 들려왔습니다.
요즘 들어 더 지쳐있습니다. 앨범을 준비함과 동시에 살아남을 궁리를 해야 합니다. 제 머리 안에 여유자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이 일어난 자리에 그대로 두고 집에 돌아와 모두 잊어버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습관을 가지게 된 계기는 그저 좋지 않은 감정을 집까지 가지고 오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울증이 심각해질 때가 오면 그 습관은 오히려 좋지 않은 습관이 되어버립니다.
어떠한 소리나 음악도 듣고 싶지 않아서 이어 플러그를 귀에 꽂고 방 안에 불을 모두 끕니다. 안개 때문에 달빛이 잘 들어오지는 않지만 나무의 실루엣만큼은 또렷하게 보입니다. 나무를 봅니다. 비가 떨어진 잎이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옵니다. 그들도 모두 제자리를 찾습니다. 저의 자리는 어디일까요?
방 베란다에서 우연히 몇 년 전에 아버지가 사주신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일기를 다이어리에 쓰는 편이라 감정적인 일기보다는 하루의 일과를 쓰는 일기를 자주 써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일기장을 방 안으로 가져와 무작정 펜을 듭니다. 지금 나의 모습을 최대한 진심을 다해 적습니다. 어떠한 머뭇거림 없이 써 내려갑니다. 아무래도 저는 감정의 일기가 고팠던 것 같습니다.
글의 힘은 참 대단합니다. 최대한 감정의 일기는 다시 보지 않는 편인데, 오늘 봐버렸습니다. 해당 글을 쓰던 당시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울고 있습니다. 소리를 참습니다. 저는 아직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힘들고 지쳤으니 안아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만약 마지막 글이 된다면 나의 모습을 기억해 달라는 청승맞은 문장도 발견했습니다. 기대고 싶다고 칭얼거리고 있습니다. 나의 탓인데 남의 탓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저는 가끔 덜 지쳐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일주일 간의 연속된 스케줄을 앞두고 있습니다. 쉬는 날이 없고 모두 일이 잡혀있습니다. 그걸 버티기 위해서 이 글을 씁니다. 다들 힘들다고 버티라고들 하지만 그중에서 자기 자신이 제일 힘들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니 다들 힘든 게 무슨 소용이냐고 질문하고 싶은 반항심도 듭니다.
어쩌면 가장 저를 괴롭히는 건 제 자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건 확신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아질 수 있는 고민을 하는 것조차 사치입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하루가 되길, 조금 덜 불안하고 덜 우울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길 어딘가에 있을 신에게 기도합니다.
+ 다음 글부터는 조금 더 밝은 마음을 쓰게 해 달라고도 기도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