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
심장이 너무나 빨리 뛴다.
보면 안 될 것들은 본 것처럼.
거짓을 본 것처럼.
세상에 나오면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수치심이 든다.
여태 모른 척 살아왔음에 대해,
사실 알고 있었지만 나의 일이 아니니
가졌던 무관심에 대해.
알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많은 의견들과 생각들 속에서 나의 이야기가 누구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지 몰라서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가 정해둔 틀 안에 갇혀 분류되고 싶지 않았다. 페미니스트, 남성,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미혼모, 한부모가정 등 누군가는 누구를 이런 식으로 분류하고 판단하며, 편을 갈라서 싸울 것들을 던져준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변화를 외치며 결국에는 같은 혐오를 하는 사람들.
시간은 흘러가고 전통과 악습은 다르다. 내 기억이 존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에게 당연한 것은 없었고, 내 눈에는 소외되는 사람들만 늘어 갔다. 소외되지 않으려 다수의 무리에 서서 차별하고 판단하고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들, 스스로에게 용기라는 포장을 씌우고 근거 없는 상처와 무시 그리고 혐오의 말을 뱉는 사람들, 입만 열고 귀를 닫는 사람들,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나는 심한 증오를 느꼈다. 질리도록 그들의 고함을 들어야만 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까.
아무것도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까.
소수의 인권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다수의 의견이 당연하다고 외치는 그들에게 의문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스스로가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생각의 길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답답한 분노가 일렁였을까.
어느 편에도 서고 싶지 않다. 편을 흐리게 만들고 싶다. 욕심을 내어 없애고 싶다. 누가 옳거나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의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이해해보려고 한 적이 있었나 물어보고 싶다. 이유 없는 혐오를 당신들도 당해보았느냐고, 소수와 다수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소외되어 본 적이 있느냐고. 자신의 신념에 대해 조금의 의문이라도 가져본 적이 있느냐고, 그 막막함과 불확실함, 그리고 결국 돌아오는 자기혐오가 얼마나 무서운지 느껴보았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세상은 이진법이 아니다. 세상은 흑백논리로 간단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도 그렇다. 특정 누군가를 위해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혐오와 차별을 위해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소수와 다수, 모든 것에 속할 수 있다. 어느 관점에서도 볼 수 있는 시각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러고 싶지 않을 뿐. 이미 지니고 있는 생각에 대한 변화를 느끼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이 글이 언젠가 내 이름이 달려 올라가는 날이 올 때, 어떠한 반응이 올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모호한 글이니까. 어느 편에도 서지 않겠다는 중립적이고, 어쩌면 겁쟁이의 마음이니까. 하지만 그것이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당신들의 마음을 나는 알지 못하지만, 나를 이해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나는 당신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다채롭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고, 틀린 것과 잘못된 것이 아닌 그저 다른 것이라고 다양한 것이라고,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지나가며 어깨를 부딪히고, 죄송하다는 말을 나누며 서로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갈 일도 생길 거라고. 돌고 돌아 결국에 인간관계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 미워하지 말자고.
근거 없는 목소리는 귀를 열고, 생각하고 내자고.
나누지 말고 혐오하지 말자고.
부디 세상을 아름답고 알록달록하게 봐달라고.
오래 숨겨왔던 이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