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말할 수 있는 용기
언젠가부터 감정을 말로 꺼내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졌습니다. 행복과 슬픔, 분노와 좌절, 그리고 사랑.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랑의 첫인상은 아픔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랑은 저에게 무섭고 아픈 것, 최대한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사람을 잘 믿지 못했기에, 사랑도 믿지 못했습니다. 언젠가는 변할 것이고,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내 곁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막았습니다. 타인에게 어떠한 마음도 주고 싶지 않았고, 나를 향한 마음도 받기 싫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사람들과 마음의 소통을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더욱더 미워지고 무서워졌습니다.
대가가 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처를 받기 싫어서였습니다. 홀로 남겨지는 것이 두렵고, 잠시 두둥실 떠오르다가 한 번에 가라앉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랑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기쁨과 설렘, 그리고 행복은 두려움과 불안함을 동반합니다. 흑과 백이 공존하는 것처럼요. 떼어낼 수 없는 감정들은 번갈아가며 마음을 두드립니다. 설렘의 방문인 줄 알고 문을 열었더니 불안함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너는 언젠가 다시 혼자가 될 거야.’라는 말과 함께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허락되지 않았던 감정들까지 사랑을 한 이상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제 선택이었으니 누구도 탓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감정이 너무나 앞서나갔습니다. 잡을 수 없었습니다. 더 이상 나아가지 말아 달라고 애원을 해도 어느 순간 저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사랑은 감정이기에 더욱더 감정적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랑을 하기 위해 상처를 감내해야 합니다. 다칠 것을 알면서도 하는 것이 사랑이기에, 이제는 감내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뱉지 못하고 남겨진 사랑의 말들과 마음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떠난 지 오래되었는데, 이상하게도 감정은 제 입에 맴돌고 있습니다. 사랑은 뱉어야 합니다. 뱉어서 말로 바꾸어야 합니다. 뱉지 않는 것보다 후회가 덜 합니다. 사랑을 뱉는 않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지만 뱉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니 뱉는 것이 낫습니다.
미워하는 것을 낯설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 사람을 생각하고 관찰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당연한 마음입니다. 나와 너무나 같아서 미워하고, 나와 너무나 달라서 미워합니다. 미움의 이유는 너무나 모순적이기에, 미워하지 않을 방법도 모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미워하는 것에 사랑이 작아졌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미워해도 사랑이고 미워하지 않아도 사랑입니다.
당신의 사랑은 말로 바뀌어 나아갔는지 궁금합니다.
용기 있는 사랑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랑하기에 미워지는 것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계속 바라보게 됩니다.
저는 용기 있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다칠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불안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용기 있는 사랑을 하며 용기 있게 사랑을 뱉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을 말로 남기고 있습니다.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끝이 날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남기고 싶습니다.
나의 감정과 나의 진심과 나의 걱정을 남기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