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삶을 녹이며
[우린 노래가 될 거야]를 구상하면서 꽤나 오랜만에 날것의 마음을 많이 담아보았다. 아주 가끔씩 솔직한 마음을 담은 글들을 쓰기도 하지만 최대한 긍정의 마음을 담은 글들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었기에 이번 브런치 북은 나에게 도전 같은 느낌이었다. 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움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노래에 숨겨 날려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번 브런치북을 에세이+소설이라고 칭하고 싶다. 시간은 흐르기에 기억들은 쌓이고 나는 늘 자라나기에 마음도 늘 바뀌기 마련이다. 잊히고 덮인 사실을 뒤적거려서 최대한 진실을 말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글을 쉼 없이 이어서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생각에 잠겨 닫힌 글도 충분히 좋지만 나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멈추지 않고 이어진 글들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에세이를 쓰며 나의 상상을 더한 글들을 쓰게 되었다.
사랑의 모양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에 따라서 어떠한 마음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정이라는 것이 있어야 서운함도 생기고, 미워하는 마음도 생기니 말이다. 이번 브런치 북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은 독자들이 있다면 진심을 다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 쉽게 읽을 수 있는 마음을 담은 글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글들도 분명히 존재했기에, 걱정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총 11곡의 노래에 숨어, 하고 싶은 말들을 적은 글들에 대한 생각을 조금 적어보려고 한다.
1. Track9 - 이소라
Track9을 처음 들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삶과 나의 위치,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나의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과 방황이 있었던 시기에 이 곡을 만났다. 가사를 계속해서 곱씹으며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지만, 어떻게든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머리에 새기며 그 시간들을 버텨냈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모든 것은 지나갈 것이라 믿으며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겼다. 무언가를 바라고, 기도하지는 않았지만 꿈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나의 삶의 만족도를 올리며, 가야 할 곳을 알기에 걸어갈 수 있음을. 괴롭게 만드는 삶의 시간들도 목표를 향한 길이라는 자기 주문을 걸며 걸어왔다. 나는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꿈을 꾸고 나아가려 한다.
2. 선잠- 제이레빗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당연한 마음을 길게 늘여서 진심을 가득 담아 써본 글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표정은 너무나 다르다. 사랑을 주는 것이 어떠한 것을 소모하고 희생한다고 생각을 하며 사랑하는 것을 피했었던 때가 있었는데, 용기를 내어 진심을 다해 사랑을 해보니 내가 얼마나 사랑이 많은 사람인지,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경험을 했다. 사랑은 참으로 신기하다. 상대방을 사랑함과 동시에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나는 그 마음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어서 많이 주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3. 아이와 나의 바다 - IU
나는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늘 나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 자신을 칭찬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기에. 사실은 나는 아직도 나를 너무나 미워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미워하는 마음도 애정이 있기에 생기니, 나는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사랑을 하면 더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고, 미워하면 조금 덜 미워하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헤매는 것이 삶의 길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은 한번 용기를 내어 나를 부끄러울 정도로 안아주려 한다.
4. 우리, 내일도 - 이영훈
A와 B를 나누어 진행을 해본 글이다. 2명의 입장을 번갈아가면서 글을 써보았는데, 덧붙여 말하자면 둘 다 나의 모습을 반영한 글이다. 아프고 힘든 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나’와, 역으로 그러한 마음을 듣는 ‘나’. 두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신기하게 오랫동안 해소되지 않았던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글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사람이란 결코 홀로 설 수 없는 존재이기에, 거부할 수 없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어깨를 내어주기도 하고, 또 기대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나는 늘 기대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었다. 미안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힘들어 보이는 게 눈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괜찮은 척을 하는 것은 나를 더 안쓰럽게 보이게 한다는 것을 느낀 후로, 조금씩 기대는 법을 배우며 그것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누구든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홀로 서있으려 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5. 쉬어가세요 - 최민지
쉬어가는 것이 늘 어렵고, 도태되는 것에 심각할 정도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했기에 그런 두려움이 자라났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쉬어가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며 지칠 때는 쉴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려 노력하고 있다. 나를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위로를 받고 기댈 수는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걸어왔던 길을 나만이 진심으로 칭찬할 수 있고, 그 칭찬만이 어떠한 왜곡 없이 진심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쉼 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 지쳐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그러한 사람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마음에 남는 일들과 하루들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쉽사리 쉬어도 괜찮다는 마음 편한 소리를 할 수는 없기에 뒤에서 살포시 글을 써보았다. 유한한 인생을 살고 있기에 많은 것들을 담으려 쉴 틈 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잠시만 멈추어서 높은 하늘과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6.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 여행스케치
잊혀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과 어쩌면 다행스러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놓치지 않고 싶은 기억들도 자연스럽게 잊히는 것이 기억이 가진 어쩔 수 없는 특징이라 생각한다. 아쉽지만 다행이라고 말한 이유는 잊고 싶은 기억도 언젠가는 잊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좋지 않은 기억들이 더욱 오래 남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영원히 나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라 생각했던 기억들. 그러한 기억들도 언젠가는 잊히고 흐려진다는 것을 느낀 후로 새롭고 신선한 마음들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쓸데없는 고민들 중 하나를 지울 수 있었다. 산다는 것은 그렇다. 영원한 것은 없는 것. 그렇기에 충분히 음미해야 하는 것. 그렇게 떠나보내야 하는 것. 그리고 나의 삶의 길을 알차게 걸어가는 것.
7. 낙화(落花) - 자우림
인간이 가진 모순적인 면을 생각하며 쓴 글이다.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따스한 관심이 아닌, 그렇지 않은 마음에서 나온 참견과 오지랖, 그리고 폭력에 가까운 관심들에 대해. 어떻게 다가갈지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뱉어버린 무심한 말들. 공감을 할 노력조차 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너그럽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 자만하고 바라보았던, 날카롭고 쉽게 베어버릴 수 있었던 눈빛들. 무관심이 줄 수 있는 위로에 대해 모두가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써보았다. 가장 날 것의 마음을 담은 글이라 걱정을 했지만 쓰는 동안 개운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아마 나도 그러한 마음들에 지쳐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벼랑 끝에서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끝없이 다가오는 폭력에 손과 발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던 누군가를. 수많은 그들의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당신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8. 처음 - 윤종신, 민서
서투른 사랑을 했던 기억을 다시 꺼내어 보았다. 너무나 받기만 했었던 사랑이었다. 일방적으로 받았던 사랑은 일방적으로 끝나버렸고, 머뭇거리며 끝내 뱉지 못했던 사랑의 말들은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서 후회로 변하여 남아버렸다. 후회 없는 일들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후회와 미안함을 동반한 사랑이었기에 아직도 나는 그때 했던 사랑을 후회하고 있다. 아프고 힘든 기억이지만 꺼내어 글로 남긴 이유는 이제 그러한 사랑을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끝난 후 몇 번의 만남과 이별 끝에 나는 줄 수 있는 사람. 사랑을 뱉을 수 있는 사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을 하며 배우는 것이 많다. 부족한 나를 발견하기도,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며 후회한 사랑을 발판 삼아 나는 오늘도 사랑을 나누고 있다.
9. 혼자 남은 밤 - 김광석
쓸데없는 생각과 걱정, 그리고 상상을 너무나 많이 하는 사람이라, 홀로 있을 때면 나의 머리는 끊임없이 굴러간다.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그때 왜 그랬을까.’ ’조금 더 좋은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었는데.‘ 와 같은 후회와 자책이다. 이러한 생각을 한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고, 오히려 나의 자존감만 낮출 뿐이다. 진실되지 못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스스로에게까지 보여버린 거짓된 마음이 홀로 남겨져있을 때 유난히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는 것은, 그럼에도 빛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과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기 때문에.
10. 산책의 미학 - 옥상달빛
결과가 아닌 과정중심의 삶이 꽤나 즐겁다는 것을 소심하게 내비친 글이다. 어릴 때부터 과정 중심으로 교육을 받고 자라왔기에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지만, 학교와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결과중심의 사람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되었다. 다만 나에게 맞지 않았을 뿐. 내가 가진 성격 상 결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면 그동안의 과정을 결과의 좋고 나쁨에 따라 변질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존중은 하되, 과정중심으로 사는 것이 나에게는 더 행복한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무거워질 수도 있는 이야기일 것 같아서 어릴 때 이야기를 함께 넣어보았는데 당시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글을 쓰게 되어서 그때의 느낌이 다시금 떠오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아주 돌아가는 길이라도 늘 새롭게 바라보고 조금의 용기를 가지면 더욱더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깨달음을 나누고 싶었다.
11.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 이소라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많이는 아니지만 여러 사랑을 거치면서 받기만 했던 사랑과 주기만 했던 사랑을 모두 경험해 보았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는 주기만 하는 사랑에 대하여 쓴 글이다. 당시의 나의 마음과 약간의 나의 상상을 더해 조금 더 감정적으로 써보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상상이 더해진 글이지만 너무나 솔직한 글이라고 생각되는 글이다. 사랑은 늘 나를 바보로 만들고 나의 눈을 가리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또한 나의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고 잔인하게 꺾기도 하면서 사랑 안에 있는 여러 하위감정들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줏대 없이 흘러가는 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랑을 하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 예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을 할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너무나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사랑을 하고 있다.
우리 앞으로도 어떠한 사랑이라도 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사랑을 하며, 미움도 나누며, 여러 삶들과 섞이기도 하면서 그렇게 다양한 사랑을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