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얼굴에 빛이 피길

고작 우는 것일지라도

by 기연

슬픔과 눈물은 생긴 게 비슷해서

함께 다니는 걸까 하는 심심한 상상을 한다

글자가 되지 못한 슬픔은 눈물이 되어

나의 이곳저곳을 물들인다


거대한 일은 아니다 내 눈물은 진주가 되지 못하니

그저 슬픔을 액체로 흘려보내는 것

그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고작 우는 것으로 웃을 수 있게 된다

고작 우는 것으로 너는 나를 바라본다

고작 우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고작 우는 것으로 말을 대신한다


행복은 웃음과 나란히 하고 슬픔은 눈물과 짝을 지어 나란히 있다. 여러 감정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요즘 들어 눈물이 많아진 것은 날씨 탓일까, 기분 탓일까. 아니면 내가 생각보다 많이 지쳐있던 것일까.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울지 말아라.’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왔지만, 너무나 심각하게도 눈물이 많은 사람으로 자라 버렸다. 사람들은 행복한 눈물을 잘도 흘리던데, 나의 삶에서 행복의 눈물을 흘렸던 경험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가 흘렸던 눈물은 대부분 구름이 가득 낀 안개에서 떨어진 비와 같은 눈물이었다.


운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었다면 나의 삶이 내 생각대로 되었을 테지만,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우는 것은 그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좌절스럽게도 최근 들어 원래도 많았던 눈물이 더욱 많아졌다. 특히 홀로 있을 때 무거운 마음이 들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많아졌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 몸에서 그나마 가벼워질 수 있게 갇혀있던 눈물들을 내보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러한 생각도 그저 썰렁한 회피의 생각이었다.


힘들었나 보다. 좋은 마음과 평온한 마음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밀어내는 것에 지쳐있었나 보다.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아지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억지로 괜찮다고 생각을 하다 보니 어지러운 마음이 자기를 봐달라며 질투를 했나 보다. 그래서 나를 더욱 어지럽고 어두운 마음에 잠식당하게 만들었나 보다. 나는 때때로 나의 정신이 내 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성격상 기분이 표정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숨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 그것이 스스로에게도 통할 줄 알았던 자만심에 안일해져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울이 심심했는지 빼꼼히 고개를 내밀며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올해 3월, 지금과 비슷한 마음을 지닌 채로 홀로 여행을 떠났었다. 도피와 회피의 여행이었지만, 눈물은 끈질기게도 나를 따라와서 홀로 있는 나를 쉼 없이 울게 만들었다. 앞서 말했듯이 운다고 해서 나의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는 것으로 나의 감정을 어떻게든 바라볼 수 있었다.


괜찮아야만 했기에 나를 방치하며 다가오는 매일과 할 일을 쳐내기에만 바빴다. 이러한 날들을 맞이할 수 있는 것도 내 안에서 수많은 노력과 버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그것을 모른 채하며 살아와버렸다. 미련스럽게도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을 잡기 위해서는 노력을 하면서 정작 내 안에 있는 우울을 위로하고 사라지게 하려는 노력은 딱히 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행복을 꿈꾸는 것은 나름의 즐거움을 주지만, 우울을 연하게 만드는 일은 웃기게도 덜하지 않은 우울을 주기에, 그것이 무서웠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로 글을 쓰고 있다. 용기가 없는 것도 맞고, 너무나 깊은 마음으로 들어가면 내일을 살아낼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우울을 담은 글을 쓰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위로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이기적 이게도 이 글을 쓰는 지금, 투덜대고 싶어졌다. 투정을 부리며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졌다. 서로 얼굴과 이름을 알지 못한 채로 이 글을 읽어버린 당신에게 나의 마음을 글로 보여주고 싶어졌다.


진부한 물음을 던지자면, 당신의 오늘은 어떤 날들이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나와 같은 날들이었는지, 아니면 무지개 빛으로 반짝였던 날들이었는지. 투정을 부린다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의 오늘과 그 이후의 날들이 나의 날들보다는 햇빛에 가까웠으면 좋겠다. 지금 나는 나에게 너무나 괴로운 날이라고 생각되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기에, 당신은 이러한 오늘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나의 바람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나도 그런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0년 넘게 우울증과 한배를 타고 삶의 바다를 여행하고 있지만 정 따위는 들지 않았고, 오히려 어떠함 미안한 마음 없이 그냥 바다에 내던져 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나를 다시는 찾아올 수 없게 최대한 빠른 해류가 흐르고 최대한 높은 파도가 오는 곳에 던져버리고 싶다. 다른 글에서 ‘우울까지 안아주고 싶다.’와 비슷한 문장을 적은 적이 있는데, 비뚤어진 마음이 최고치를 찍은 지금 그 문장을 생각했을 때 나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문장은 ‘웃기고 있네.’이다.


어찌 됐든 나는 내일을 살아가야 할 테고, 그다음 날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가오는 날들을 걸어가야만 한다. 사실 아직은 내 마음을 온전히 바라볼 자신이 없다. 특히나 오늘같이 끈적이고 농도가 짙은 우울이 찾아왔을 때는 더욱 바라볼 수가 없다. 대신 조금 더 나아질 내일을 기대해 보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울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잊지 않고 한다면 말이다.


당신의 오늘에는 그늘이 조금 덜 지길 바란다.

해가 당신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우리 서로 알지는 못하더라도,

서로의 안녕을 바랄 수 있기를 바란다.


부디, 내일은 울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