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사랑에도 언젠가는 빛이 들어오기에

삶이라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

by 기연

그러나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그렇게 싫다고 해도, 우리는 결국 서로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미움과 다툼, 증오가 많지만 그럼에도 사랑은 어두운 마음 틈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마치 자신에게 와달라는 것처럼. 자신에게 오면 행복이라는 것을 함께 주겠다며 나를 간절하게 쳐다보고 있다.


사랑은 나에게 상처였다. 늘 마무리는 그러했으니까. 사랑을 표현한 후에는 후회가 따라왔다. 답을 바랐던 스스로가 버림받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래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감추어왔다. 말할 감정이 있었음에도 숨겨왔고, 지쳐서 떠나가는 그들에게는 나도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이상한 성취감까지 들었다.


‘봐, 내가 맞다니까.’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찢을 수도 없고, 어딘가에 버릴 수도 없다. 몸과 마음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약을 올리듯 찌릿하게 나를 찌른다.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나의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마음이었다.


주는 것이 쉬워지게 된 것은 나로 인해 상대방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전까지는 사랑을 많이 받아 나의 행복을 우선시했다면 이제는 상대방의 행복을 우선시하게 된 것이다. 표현을 많이 하고 사랑을 많이 주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는 것. 머뭇거림과 두려움만 없으면 너무나 쉬워지는 일이라는 것을 여러 사랑을 겪으며 알게 되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머뭇거림과 두려움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고, 영원히 나에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것들 중 하나였던 용기라는 것이 생겼다. 삶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가 더 생긴 것이다. 좌우명과 나의 고집은 늘 꺾이게 되어있다는 것. 마음을 유연하게 만들고 포용력을 키우면 나도 모르는 새에 사랑을 많이 나눠줄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아무런 두려움 없이 마음 편히 너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떠한 마음을 주고받게 되는 순간, 삶의 색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한 줄 뿐이었던 무지개에 한 가지의 색이 추가되는 느낌이랄까. 사랑은 그런 무지개를 완성시키는 순간 올곧고 완전해지는 것이었다. 언젠가부터 멀리하게 되었던 사람과의 관계가 이상하게도 언젠가부터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말하고 싶었고 기대고 싶었고 어쩌면 외롭고 공허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해도 그것은 절대 홀로 채울 수 없는 것이었다.


감정을 나눈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지나온 시간들을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간략하게라도 이야기를 해야 하고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소개를 해야 하고 그렇게 나의 결핍과 부족함을 내비쳐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지나왔던 길들을 바라보며 나와는 다른 생각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필수로 가져야 하기 때문에,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진심을 보여주고 또 믿음을 가지며 이루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사랑을 하면서 후회가 되는 날들도 충분히 많았지만, 그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바라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들. 너로 인해 마주할 수 있었던 숨겨져 있던 마음들을. 나는 너를 사랑함으로 인해서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압축되어 들어가 있다. 사랑 안에는 미움도 있고, 기쁨, 슬픔, 가끔은 화가 나는 마음도 들어있다. 사랑은 관심이기에 상대방에게 어떠한 마음도 들지 않는 관계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짐작한 대로 이루어지는 일들은 없다. 그것이 타인과 나의 관계라면 더더욱. 나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랑이고, 그러므로 사랑은 신비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사랑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사랑을 할 수밖에 없다. 상처받기 싫고, 시간낭비라고 생각을 하더라도 결코 사랑에게서 도망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마음을 열고 사랑을 하자.

사랑을 하는 순간,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