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또 어떻게 놀아볼까?
한 해를 정리하며 이 글을 쓴다. 12월 31일, 2025년이 몇 시간 후면 끝이 난다. 여러 해를 보낼수록 쌓여가는 것이 늘어간다. 그만큼 덜어야 하는 것들도 늘어만 간다. 많은 시간들을 보내왔지만 하루는 시원하고 한 달은 너무나 빠르고 일 년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고 하던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이 유독 빠르게 흐르는 것은 기분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2월 1일에는 ‘벌써 12월이 왔구나, 금방 또 한 달이 가겠구나’ 생각했다. 말은 씨가 되었고 시간은 늘 흐르기 마련이니 나의 말은 시간을 거름 삼아 쑥쑥 자라 벌써 12월의 끝자락에 닿고 새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저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는 것인데, 이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해가 바뀌는 것은 보통의 달이 넘어가는 것의 느낌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을 준다. 시작을 맞이하려면 끝을 먼저 맞이해야 하는 것이 순리이기에, 설렘을 얻으려면 아쉬움도 함께 얻어야 한다. 물론 한 해가 가는 것을 시원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올해가 나에게 유난히 어지럽고 감정의 요동침이 심했던 해였어서 그런지 깊은 아쉬움과 섭섭함이 든다. 애증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0대에는 새로운 학년에 올라가는 것에 대한 설렘이 있었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도 있었다. 20대 초반에는 성인이 된 설렘과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에 많은 다짐들을 할 수 있었다. 20대 후반에는 겁이 많아짐과 동시에 마음의 여유가 생겼지만, 해가 가는 것에 무뎌져버렸다. <12의 아쉬움, 1의 설렘>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해가 가는 것에 대한 설렘은 잊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대신 해가 가기 전에 필수적으로 돌아보는 것이 있다 바로 <후회의 유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바람이겠지만 언젠가 삶에 대해 생각을 하던 도중에 ‘후회가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좌우명을 ‘죽기 전에 돌이켜 보았을 때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자’로 정하고 살고 있다. 나에게 후회가 없는 삶이란 지극히도 주관적인 것이라 생각된다. 쉽게 말하자면 <후회가 없는 삶 = 스스로 만족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성공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스스로의 만족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편이라 소심하고 눈치를 많이 보지만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간중간 타인과 비교하며 나를 작게 생각할 때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으니 좋게 이야기해 보겠다.
불안함은 나의 기본값이라서 어느 정도의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가끔 여러 것들이 겹겹이 쌓이게 되면 비틀거리면서 끊임없는 자기 비하를 하며 땅밑으로 나를 끌어내리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지금 상태는 그렇지 않으니 내가 ’ 후회가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 2026년의 포부를 한번 적어볼까 한다.
우선 나는 나의 일을 굉장히 사랑한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반쯤은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나는 물욕, 성공욕 같은 욕구가 없다시피 한 사람이라 스스로의 즐거움을 중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이라는 업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노래를 10년이 넘도록 하고 있고, 또 싱어송라이터로서 활동을 4년 넘게 하고 있지만 노래는 늘 즐겁고 곡을 쓰고 공연을 하는 것도 행복하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행복이다. 단적인 면으로서의 행복은 두려워하지만 음악은 변함없이 내가 행복할 것을 알고 하는 행복의 행동이라 변함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와 아무도 보러 오지 않는 공연을 하는 것까지 행복하게 여길 정도로 마음이 넓지는 않다. 약간의 욕심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즐겁게 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들도 좋게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꽉 차있는 공연장보다 공연석이 많이 비어있는 공연을 더 많이 했었다. 그때마다 작아지고는 했지만 노래를 하는 그 순간만큼의 행복은 꼭 느꼈으니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도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음악을 하기로 한 이상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것이 내가 가진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완벽을 바라기엔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닐뿐더러, 완벽하다면 안일함에 꿈을 꾸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음악을 하면서 불완전한 미래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뭐 해 먹고살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나 유명해질 수 있나?’ ‘저작권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와 같은 현실적인 질문들까지. 나에게 현실적인 질문들은 부정적인 질문들과 나란히 받아들여진다. 모두에게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내가 하는 현실적인 질문들이 내가 가진 열정을 식게 만들고 손을 놓게 만드는 질문들이라 최대한 현실적인 고민들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회피라고 하면 회피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성공을 바라고 음악을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이제 와서 성공을 바라면 이때까지 내가 했던 것들에 대해 후회가 몰려올 것 같아서 욕심을 버리려고 하는 것도 있다. 대신에 음악이 아닌 다른 일로 먹고 살 정도의 수입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와 협의를 보았다.
21살부터 시작한 카페일을 2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하고 있다. 다행히도 나의 성향에도 잘 맞고, 일도 재미있기에 운이 좋게 수입활동도 재미있게 하고 있다. 개인카페와 브런치 카페, 그리고 프랜차이즈까지 여러 곳에서 카페일을 해왔다. 내성적인 성격에 외향적인 면을 몇 방울 떨어뜨릴 수 있었던 것도 카페 일을 하면서부터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북카페펍>이라는 나의 최종목표를 세울 수 있게 해 준 것도 카페일 덕분이다.
지금은 잘하지 않지만 타투 작업도 한동안 재미있게 했었다. 지금은 지인들 위주로 비용을 따로 받지 않고 하고 있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타투를 하고 싶어 했는데, 의외로 말을 잘 듣지 않는 딸이라서 선타투 후뚜맞을 택하고 20살이 되자마자 타투를 했었다. (물론 맞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빠가 예쁘다고 해주셨다.) 하나 둘 타투가 늘어가면서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 중에 핸드포크 타투를 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에게 속성으로 배운 후 나의 몸에 새기면서 연습을 했었다. 내가 타투를 시작했을 때 흔쾌히 자신의 몸을 내어준 친한 언니의 몸에는 여러 개의 타투가 있는데, 그 타투를 시간 순으로 하나하나 살펴보면 나의 실력변화가 보인다. (너무나 고맙다.)
가끔씩 앨범 아트워크 작업도 한다. 처음에는 나의 음원 아트워크를 작업해보고 싶어서 도전해 본 일이었는데, 조금씩 작업물을 늘리면서 외주도 받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너무나 취미적인 일이었기에 이걸로 새로운 업을 만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면 그것대로 새로운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지만 아직까지는 재밌게 즐기면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글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짧게 써보려고 한다. 글을 읽는 것은 취미였고, 가사를 쓰는 것은 업이었다. 글을 쓰는 것은 나의 감정을 쏟아내는 일기와 같은 글뿐이었다. 에세이를 써보기로 다짐을 한 후 장문의 글을 써보려고 했을 때 함축적인 가사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써야 했기에 너무나 어려웠고, 홀로 즐기는 글이 아닌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길을 잃기도 했는데 브런치 작가로 1년 넘게 글을 써보니 어느 정도 즐기는 법을 알 것 같기도 하다.
나의 2026년이 어떻게 흘러갈지 감이 오지 않는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삶이라는 것은 참 어렵고 복잡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나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좇아 살다 보니 20대의 끝자락에 닿아있었다. 후회되는 날들이 없냐고 물어본다면 전혀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무하게 보내버린 시간들은 없었기에 나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좇으면 살아보려고 한다. 욕심은 덜고 마음의 풍족함이 많은 삶. 그런 삶을 한번 꾸며 나아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