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연 Dec 01. 2024

나는 무한하다.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요즘 글을 쓰면서 그동안 나도 모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10년 넘게 음악을 해왔고, 지금도 그 일을 본업으로 삼아서 살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혼자만의 비밀과 나의 마음을 그저 일기처럼 써 내려가는 것뿐 그 이상을 꿈꿀 수 없었다. 이 마음은 그저 '나는 음악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내가 사람들 앞에서 내가 쓴 글을 보여주고 연재를 하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할 일이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한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내가 취미로 음악을 하거나 어떤 일을 10년 넘게 하다가 다른 일을 쉼터 삼아서 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웃었었나? 하는 물음이 들었고, 결코 아니라는 대답을 스스로에게 했다. 그러니,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글을 보여줘도 되는 사람인 것이다.


사실 나는 취미가 굉장히 많다. 혼자 노는 걸 워낙 좋아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꽤나 집착적으로 갈구한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지 않아도 그게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그 깨달음까지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뒤에서 나를 도와주고 나를 찾아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많고 많은 나의 취미 중 대표적으로 3가지를 꼽자면, 타투/그림 그리기/글쓰기(책 읽기)와 같은 손이나, 머리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는 움직이거나 밖에 나가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이것들이 취미가 아닌 일로 바뀌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지인 한정으로 시작한 타투가 지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의뢰를 받아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물론 돈을 받고 작업을 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요청사항을 반영하여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타투라는 것이 큰돈과 고통을 감내하고 제거하지 않는 이상 몸에 평생 남는 것이기에, 타투이스트를 믿는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인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감사하게도 내 의뢰인들과 지인들은 꽤나 만족해 주었고, 꾸준히 다른 작업들도 부탁해 준다.


두 번째는 지인의 앨범커버 디자인 및 그림 작업을 했을 때다. 사실 앨범커버를 처음 제작하게 된 건 내가 속한 팀의 프로젝트 앨범에 실릴 그림을 그렸었던 일이 계기가 되었는데, 또한 감사하게도 그 팀에 속한 지인이 자신의 개인 앨범커버를 제작해 달라고 부탁을 해줬다. 사실 나는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조금 더 나의 그림체에 약간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을 하면서 앨범을 내왔기에, 가창자가 아닌 작사/작곡에 나의 이름이 들어가는 일은 기분 좋게 익숙해졌지만, 앨범아트에 내 이름이 들어가는 건 기분 좋은 낯설음이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은 독서를 하고 그 감상평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나의 문체를 다듬어 갈 수 있게 되었고, 그 덕분에 몇 번이나 떨어졌었던 프리랜서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나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오글거리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가끔씩 들려오는 나의 글에 대한 칭찬을 들으면 굉장한 뿌듯함과 만족감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100세 인생 시대에 직업을 하나만 가지는 것은 매우 지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두려움과 머뭇거림에 이 생각을 접어두고 나의 본업에만 열중하며 살아왔는데, 누군가가 인정해 주고 스스로에 대해 만족감을 서서히 쌓으면서, 어쩌면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무한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오로지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도전에 대해 굉장한 두려움을 느끼고는 한다. 안정된 삶을 추구하거나,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스스로를 가둬두고 산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 더 미래를 바라봤을 때 더 알차고 알록달록하게 인생을 꾸며나갈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 꼭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본업으로 음악을 하고 있지만, 그림도 그리고 타투도 하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쓴다. 취미에만 갇혀있던 나의 재미있는 행위들이 일로서 나에게 다가오고 내가 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인생에서 너무나도 큰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어떠한 머뭇거림과 두려움으로 어떠한 도전을 망설이고 있다면 이 글이 끝나는 즉시 시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모두 무한한 사람들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