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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연 Dec 17. 2024

결국 모든 것은 다 괜찮아진다.

2024년을 보내며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흔하디 흔한 말로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내년이면 정말 무를 수도 없는 20대 후반이 된다. 억지로 만 나이를 말하며 생일 이후 아직 25살이라는 말을 뱉고 다닌 게 벌써 9개월이 흘렀고, 이제 정말 후반이다. 사실 나이를 그렇게 신경을 쓰고 살지는 않아서 후반이 되는 것이 놀랍지만은 않지만 내가 보낸 시간들을 따져보면 꽤나 실감이 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게 2006년, 중학교 입학이 2012년, 고등학교 입시를 치르고 합격을 한 후 행복해하다가 음악으로 날고 긴다는 애들 사이에 껴서 방황한 게 2015년,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재수가 확정되어서 술을 먹고 지각한 게 2018년이다. 벌써 그날들은 각각 18년/12년/9년/6년이 흘렀고, 내년이면 1년씩 추가가 된다. 


아직은 어리지만, 책임질 게 많아질 나이라는 것을 안다. 아마 그 부담감은 20살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성인이 되면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받아서 힘껏 날개를 펼칠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주민등록증이 집으로 도착했던 날 이마에 붙이며 그날들을 더욱더 꿈꿔왔었다. 

막상 성인이 된 후에는 재수를 하느라 딱히 20살 청춘을 즐길 틈 없이 연습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날들이 후회가 되느냐고 물어본다면, 절대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내 노력에 기꺼이 박수를 쳐줄 수 있을 만큼 나의 노력을 알고 있고, 지금도 진행 중인 나의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미워하는 방법을 아는 만큼 사랑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엔 내가 너무나 미웠다.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우울함에 잠겨 매일 눈물을 흘렸던 울보의 모습이 너무나 싫었다. 항상 일기를 썼지만 그 안에는 나에 대한 칭찬은 없었고, 나에 대한 의문점만 가득했다. 결국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들은 나의 약점이 되었고 그것을 풀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물론 아직도 모든 의문점들에 대한 답을 얻지는 못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나아진다는 것을 배운 후 나의 마음은 어느 정도 편안해졌다. 


어느 누구에게도 나의 힘듦을 말하지 못하는 어쩌면 심각한 고집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힘들다고 물어보는 것도, 왜 우냐고 물어보는 것에 귀찮음과 걸리적거림을 느낀다. 타인의 걱정을 인정하고 고맙게도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힘든 걸 말할 수는 없다. 아직도 이유를 알지는 못하지만 태어나고 자라면서 그 버릇이 고착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에게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안정감이 있는 사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의 깊은 얘기를 하지는 못하더라고 누군가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기꺼이 기쁘게 들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는 사람이 되었다.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올해를 어떻게 보낼지 글로 적었었다. '나를 조금 더 사랑해 주기'이 말이 참 쉬워 보여도 참 어렵다. 관대함을 타인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나로서는 더욱더 어려웠다. 하지만 2024년 올해는 다른 해보다 나를 사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10년 넘게 꾸준히 하면서 이루고 싶었던 일들을 올해 몇 가지 이룰 수 있었고, 곁에 좋은 사람들을 통해 사랑하는 방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다. 가끔은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그런 상처들을 나에게 둘 공간 없이 참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어디선가 2025년 운세를 보았는데, 토끼띠가 삼제라는 글을 보았다. 내년에 예정되어 있는 중요한 일정들이 있어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어차피 삼제라고 해도 재수와 삼수를 이겨낸 나로서는 모두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것뿐만 아니라 나에게 왔던 많은 시련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운세가 좋건 좋지 않건 나만의 길을 잘 찾아서 걸어가다 보면 누군가 함께 걸어주고 말동무도 해주며 스스로를 잘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을 것이고, 그 누군가가 없다면 나 홀로 걸어가다가 조심히 피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얼마나 나의 일에 진심인지, 내 주변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있는지, 그리고 내가 받고 있는 사랑과 그에 따른 말들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하고 빛나는지를 아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를 더 보여주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앨범도 예정되어 있고, 공연도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은 줄어들지 않고 늘어가고 있으니 하나씩 해내어가다 보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한두 뼘 더 자라나 있을 것이다. 


나에게 힘든 일이 올 때마다 늘 마음속에서 되새기는 말이 있다. 

"결국 모든 것은 다 괜찮아진다." 

아무리 힘들거나 견딜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내 하루와 일주일, 모든 날들을 괴롭혀도 결국 다 괜찮아진다. 결국 다 나아진다. 결국 다시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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