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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연 Nov 28. 2024

살아있다는 것

수많은 의문들

살아있다는 것은 뭘까

살아간다는 것은 뭘까

숨을 쉰다는 것은 뭘까

시간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그 안에 속하고 있는 걸까

나는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본다고 하는 것, 느낀다고 하는 것들은

모두 어디에서 오고 가는 걸까.


그녀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삶이라는 것, 살아있다는 것에 의미를 느끼지 못해 질기게 연결되어 있는 끈을 홀로 끊으려고도 했었다. 어느 날에는 사람들이 그토록 지키고 챙기고 싶어 하는 건강이라는 것을, 그것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인 약을, 그녀의 손에 가득 올렸다. 목에 걸리고 미처 목구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 안에서 물에 젖어 녹고 있는 약들은 그녀의 입에 쓴맛을 돌게 했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물을 마시고 그 약들을 모두 몸 안으로 넣었다. 그렇게 끊길 줄 알았다. 새벽빛이 도는 창가에 서 원망하듯 하늘을 보던 그때. 그녀는 모두 끝날 줄 알았다.


끊어내지 못하고 오랫동안 길고 긴 수면만을 얻었고, 위장에서 올라오는 불쾌감만을 느꼈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너덜거리는 끈에게 묶였다.

그녀의 곁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이라고 불리는 집단에도 속해있었고, 친구도 몇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녀에게 심한 사치였고, 짐이었다. 그런 짐들은 그녀를 스스로 살 수 없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그녀, 누군가의 친구, 어느 집안의 차녀. 그런 것들은 모두 필요 없었다. 그녀는 오로지 스스로를 찾고 싶었고, 자신의 실존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다.


그런 생각들은 그녀를 우울로 몰아넣었다. 매일 밤 이유 없이 울다가 겨우 잠에 들었고, 현실과 반대되는 꿈 속에서 그녀는 나름 괜찮아 보였다. 우울은 반복되어 장애를 만들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고, 폭풍 같은 감정의 요동은 그녀가 홀로 헤엄칠 수 없게 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꿈과 현실 중 그 어느 것도 구별할 수 없었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몸에 길고 깊은 표시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표시는 늘어가고 그렇게 삶을 영위했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억지로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표시를 보고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더 안쓰러워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자신이 왜 태어나고 삶을 사는지 궁금하지 않을까, 지금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어쩌면 살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역겨움에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매일매일 삶의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았고, 손을 움직이고 고개를 돌려보고 소리를 내어보기도 했다. 그런 행위는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고, 삶을 왜 사는지, 삶이 나를 왜 놓아주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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