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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시형 Apr 20. 2016

스스로 만든 지옥

아둥바둥 한다.

'난 솔직히 니들이 열심히 하는 것도 알겠고 굉장하다고도 생각하는데 왜 그렇게 사는지 이해는 안가' 술자리 끝자리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상대방이 나에게 툭 하고 던지곤 하는 말이다.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 촌스럽게'


촌스럽긴.  브랜딩 되서 기성품처럼 팔리는 라이프 스타일에 속아 조금씩 증발하고 있는 네 생명력이 아깝다.


-나는 결코. 너무도 느긋한 내 인생의 불안함을 숨기고 남의 노력을 깔보며 낮아지는 자존감을 세우다.

혹 못참겠을 때 나 같은 타인이 있음을 확인하며 안도하고 싶지않다.-


사실 나는 그때마다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었는데 한 가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사는 미적지근한 세상보다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옥이 훨씬 행복할꺼라는 확신.


그 친구가 이 지옥을 맛보지 못함이 불쌍할 정도였다.


오늘도 썬형이 흘리는 코피를 보면서, 끝끝내 담당자와 씨름하다 밥집이 문닫아 술집에서 식사를 때우면서 나는 우리가 참 지옥같이 살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는 몇가지 건방진 생각을 했는데.

남이 만든 천국에 사는 것보다 내가 만든 지옥에서 사는게 훨씬 행복하고 보람차지 않을까하는 추상적인 잡생각이었다.


내 한계를 보고, 어쩔수 없이 포기하고 절망하고 분노하고. 허탈하게 웃고 울고 고통스럽고. 가렵고 더럽고


 지금 겪고 있는 이 감정들은 행복하고 여유롭고 밝고 자유롭고 빛나는 감정만큼 내 심장 속 돌기들을 자극시킨다.


다 극단적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극단적인 고통이 극도의 행복으로 급격하게 전환될 때 나는 저절로 복에 겨워 소리 친다. 수명이 느는 기분이다.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노젓는 중이다.

동시에 땀내 나는 이 노질 또한 충분히 즐기는 중이다.


정말 재수없고 복받은 인생이다.

참 감사하다. 진짜.


이 지옥을 다 구경하고 나면 다음은 천국을 기획해볼까 한다. 그곳에는 내가 아닌 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아쉽다.

내 친구들이 내가 사는 지옥을  못보는게.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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