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기억
과실에서 노트북 펴고 시작했다.
그땐 몰랐다. 그게 인생을 바꿀 줄.
눈이 아팠고 괴로웠다. 삶이 끝난것 같았다.
물에 빠져 버둥거리는 개미처럼 난 새파란 젊은 나이에 버둥거리며 살고있는 기분을 느꼈다.
신림동 천에 육십짜리 원룸에서 친구와 꾸겨누워 자며 밤마다 괜찮아질꺼라고 외치며 울었다.
눈이 아파서 울고 싶을때면 신림동을 달렸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매일 밤 술을 마셨다. 취해서 어지러우면 통증이 가시는것 같아서 취김에 껄껄 웃었고 행복하다 외쳤다.
그땐 몰랐다. 내가 젊고 건강한 줄.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으면 자꾸 넘실거리는 죽음의 파도가 떠올랐다. 그곳을 바라보지 않는 방법으로 난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외활동 학점 술먹기 연애. 모든게 나한테는 생존과 직결된 노력이었다.
열정에 기름붓기를 왜 시작했을까.
그건 같은 이유에서였다.
꿈을 꾸지 않고서는 현실을 버텨내기가 힘들었다.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힘들다.
그건 상대적인거여서 비웃을 수 없고 동시에 이해받길 바랄 수도 없다.
오롯이 혼자 마주해야하고 견뎌내야하는 것이 삶임을 그때는 몰랐다.
꽤 열심히 글을 썼다.
나한테 썼다.
글을 쓰면 맘이 좀 풀렸다.
글을 쓸 때는 눈이 아픈걸 잊었다.
어느순간부터 내겐 열기가 전부였다.
그게 없는 날이면 다시 난 울었다.
행복의 방법을 발견했다그래서 불행을 피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땐 그걸 몰랐다.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
일을 하거나 새벽 텅빈 도로를 달리며 오로지 그것에 집중했다.
무언가에 몰입하지 않으면 난 아프거나 슬퍼서 그랬다.
사고가 났다.
눈을 뜨니 난 더 불행해져있었다.
열기는 계속 커졌다.
행복이 커지는만큼 불행함도 커졌다.
자신감이 넘칠 수록 내 안에 두려움도 커졌다.
큰소리쳤다. 내 안에 있는 불안의 소리가 들어올때면 난 더 큰 더 커다란 목표를 만들었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 줄은 몰랐다.
낮에 웃고 밤에 우는 사람이 되었다.
어렸을 때 이해가 되지않았던 영화 속 불행한 주인공의 삶에 공감하며 함께 울기 시작했던건 그때부터였다.
열다섯의 나.
열 아홉의 나.
스물둘의 나.
스물 다섯의 나.
작년의 나.
기억나지 않는다.
실존하는 사실들에 의존해서 내 삶을 반추한다.
난 열심히 살았다.
불행하다 생각했지만 성취는 있었다.
스물 넷의 겨울을 떠올린다.
노특북을 켜고 재선이형과 콘텐츠를 만들던 그때를 떠올린다.
그땐 몰랐다 내가 행복했다는 걸.
인생이란 무엇일까.
난 잘 살고 있는 걸까?
그건 지금 당장 알 수 없다.
언제나 후회는 미리 찾아오지 않듯
불행이 시간에 익으면 추억하는 행복이 되듯
언제나 그땐 모른다.
그땐 그랬던걸 지금에서야 알 뿐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다.
계속해서 사는 것.
나아가는 것.
돌아볼 수 있는 흔적을 남기며 계속하는 것
그뿐이다.
돌아보면 알게 될테니.
지금을 살자.
최선을 다해.
그때의 버둥거림이 찬란한 청춘의 날갯짓이었음을
지금 아는 것처럼.
지금도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밤잠을 못이룬다.
하지만 한가지는 안다.
이 괴로운 밤에 그 시절을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난 잘 살았었다.
그때 몰랐을 뿐이다.
지금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