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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시형 Mar 06. 2020

겨울 바닷가 횟집

나는 바다에 살았다. 집 앞에는 '마라도 횟집' '삼천리 횟집' '가파도 횟집'들이 주르륵 서서 허름한 간판을 달고 활어를 취급했다. 겨울 동내는 황량했다. 바위에 부딪쳐 만들어내는 파도의 흰 거품 그 앞에 횟집 수조의 바닷물을 뱉어내는 낡은 파이프, 손님 한명 없는 횟집의 낡은 간판 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주인. 머리 위로는 항공기가 날아다녀 주기적으로 커다란 소음을 만들어냈다. 어린 나는 이상하게 고독했다. 


관광지, 항구, 횟집..  여름이 되면 관광객들로 가득 찼고, 항구는 북적였다. 낡은 횟집에는 술취한 손님들과 커다란 자연산 광어가 펄떡였다. 겨울이 되면 모두 떠나갔다. 간혹가다 찾아오는 겨울 손님을 맞기 위해 어항에 채워 둔 오래된 광어만 아가미를 뻐끔댔다. 그 사이의 놀이터에서 우리는 모래성을 쌓고 무너트리고 쌓고 무너트렸다. 오는 이에게 손을 흔들었고, 떠나는 이를 바라봤다. 


회사를 운영한다. 사람들이 들리고, 떠나간다. 나는 그들과 함께 꿈을 꾸고, 그들의 꿈을 응원한다. 떠난 이들을 바라보며 남겨진 이들은 괜한 상실감을 느낀다. 출항하는 배는 언제나 뱃고동을 크게 울리기 마련이다. 바라보는 이는 손을 흔든다. 배가 떠나갈 때 까지, 그들의 가시거리에서 내 손짓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가 돌아오길 바래본적도 있었다.


아쉬움, 미련, 의심, 실망 같은 것들이 뒤엉켜 고독감을 만든다. 

분명 이건 떠나는 이가 남기고간 씁쓸한 사랑의 맛이다. 고독감은 사라진 사람들이 남기고 간 것들을 바라봤을 때 생겨난다.


오늘도 몇몇 팀원들이 퇴사 발표를 했다. 고독했다. 남겨진 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외로웠다. 

무엇을 위해 나는 사업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그토록 사랑하길래 이렇게 남아, 떠나는 자들에게 손 흔드는 것 조차 힘들어할까 하는 생각을 오늘했다.


나도 그들을 참 사랑했었는데, 그들이 떠나는 것을 상상하며 시작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스스로에 대한 처량함으로 치환하기엔 너무 큰 고독이다. 


겨울 바닷가 횟집을 바라보던 그 시절의 고독감을 오랜만에 느꼈다.

겨울 횟집 낡은 간판 아래서 뻐끔 거리며 담배를 피우고, 텅 빈 어항을 바라보던 늙은 주인의 마음을 조금은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를 보며 난 어떤 애잔함을 느꼈었는데. 

오늘 화요와 아리 행손이 떠났다. 나는 계속 잘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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