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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시형 May 30. 2021

날들이 있었다.

그런 날들이 있었다.
와닿는 한문장이 하루종일 머릿속을 맴돌고 끝내 무언가를 저질러 버리던 날들이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저절로 머릿속에서는 내가 주인공인 뮤직비디오가 그려지고 끝내 그런 풍경을 만들어 버려야 직성이 풀리던 날들이 있었다. 

눈을 감고 사랑하는 글을 떠올리면 더 아쉬울 것 없이 충만해져서 나 또한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잠 못이루던 날들이 있었고, 좋아하는 노래를 떠올리면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귓 속에 울리던 그런 날들이 있었다.


그런 날들도 있었다. 

내가 삶을 살아왔던 방식들이,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의 유치한 장난 같이 느껴지는 날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강해져야겠다고 결심했고 그것들이 쌓이고 쌓였다. 


아픈게 싫어서, 나를 감싸고 있는 껍데기를 두껍게 만들던 순간들이 연속되었다. 

그 날 부터 문장이 와닿지 않고, 눈을 감고 상상하면 재생되던 음악들이 멈췄다. 


그때부터 술이 좋았다. 술을 마시면, 내 장벽이 무너졌다. 술에 조금 취한날이면, 사랑하는 문장들이 와닿았고 음악이 귓가를 맴돌았다. 


시간이 지났다. 이젠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마시고 마시면 잠에 들 뿐, 날 둘러싸고 있는 장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장벽은 나를 보호하기도 했지만, 고립시켰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수줍어지기 시작했다.

때로는 무너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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